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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안첼로티 브라질 축구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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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AFPBBNews=뉴스1 |
브라질 축구협회(CBF)가 지난 5월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카를로 안첼로티(66·이탈리아)를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브라질 국민들은 '명장' 안첼로티가 브라질에 월드컵 우승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감 이상으로 부정부패로 얼룩진 CBF의 정상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CBF의 부정부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CBF를 23년 동안 쥐락펴락했던 히카르두 테세이라(78) 회장이 지난 2012년 공금횡령 의혹으로 물러난 뒤 4명의 후임자들 역시 모두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다. 한 명은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또다른 한 명은 브라질 축구계에서 20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성희롱 혐의로 경질된 회장도 있었다.
연이은 협회장들의 퇴임으로 브라질 축구계에서 통솔력을 상실한 CBF는 2022년 에드날두 로드리게스(71)를 새로운 회장으로 뽑았다. 회계사 출신으로 브라질 바히아나주(州) 축구협회 디렉터를 역임한 로드리게스는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브라질 프로축구 리그의 새로운 경영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6월 20일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그의 전횡과 부정부패는 전임 회장들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로드리게스는 그의 가족은 물론 일가 친척과 이발사까지 그의 고향에서 CBF가 위치한 리우데자네이루를 오가는 항공료를 모두 협회가 결제하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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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날두 로드리게스 전 브라질 축구협회장. /AFPBBNews=뉴스1 |
그는 회장 연임을 위해 브라질 27개주 지역 축구협회장의 평균 월급도 약 5244만 원으로 올렸다. 이는 원래 이들이 받던 월급의 4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CBF 회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역 축구협회장들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CBF 회장 선거에는 27개 지역 축구협회들과 각각 20개인 브라질 1, 2부 리그 클럽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각 지역 축구협회는 선거에서 3표씩(총 81표)을 행사할 수 있으며 브라질 1부 리그 클럽은 2표(총 40표), 2부 리그 클럽은 1표(총 20표)만 행사한다.
브라질 지역 축구협회장의 월급 인상이라는 '당근책'으로 표밭을 다진 로드리게스는 지난 3월 CBF 회장 선거에서 대의원들로부터 100% 지지를 받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브라질 축구의 개혁을 꿈꿨던 축구영웅 호나우두(49)는 지역 축구협회장들의 로드리게스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예견되자 회장 선거 출마를 철회했다.
당초 CBF 회장 선거는 2026년 3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로드리게스는 지역 축구협회장들의 자신에 대한 지지세가 확실하게 굳어지자 선거를 1년 앞당겨 실시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는 지난 5월 17일 리우데자네이루 법원에 의해 CBF 회장 직무에서 배제됐다. 그가 자신의 회장으로서 권한을 강화시킨 중요 문서에 건강이 좋지 않은 CBF 부회장의 서명을 도용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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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안첼로티(왼쪽) 감독과 사미르 샤우드 브라질 축구협회장. /AFPBBNews=뉴스1 |
그가 추진하려고 하는 '재정적 페어 플레이' 규정에 대해 브라질 프로축구 클럽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한 마디로 클럽 매출보다 많은 돈을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의 1부 리그 20개 클럽 가운데 8개는 현재 '재정적 페어 플레이' 규정에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성적도 샤우드 회장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는 데에 중요한 부분이다.
CBF는 안첼로티 감독을 모셔 오면서 연봉 153억 원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는 전세계 현역 국가대표팀 축구 감독 중 최고 연봉이다. 심지어 안첼로티 감독은 만약 브라질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끌 경우에는 67억 9000만 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받게 돼 있다.
최근 13년간 축구협회장이 5명이나 바뀐 CBF의 리더십 난맥상을 해결하는 데에 그만큼 '안첼로티 매직'이 절실하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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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