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떠나는 짐승, 2년 전 상처받은 SSG팬 달랬다 "2차드래프트는 지나간 일, 행복했던 일만 기억되길" [인천 현장인터뷰]

SSG 김강민(오른쪽)이 28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딸들과 함께 시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SSG 김강민(맨 왼쪽)이 28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 기자회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영원한 짐승' 김강민(43)이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완전히 떠났다. 선수로서 마지막 길에 2년 전 KBO 2차 드래프트에서의 아픔도 그에겐 그저 지나간 옛일이었다.

김강민은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SSG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김강민 KBO 전력강화위원은 본리초-대구중-경북고 졸업 후 2001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8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데뷔해 2023년까지 SSG 한 팀에서만 활약했고 지난해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통산 성적은 1960경기 타율 0.273(5440타수 1487안타) 139홈런 681타점 810득점 209도루, 출루율 0.340 장타율 0.408 OPS(출루율+장타율) 0.748.

은퇴식 전 취재진과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김강민은 "정말 행복하다. 행복한 마음이 80%, 긴장한 마음이 20%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은퇴식이라 긴장감이 있다. 하지만 은퇴식을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해서 모두에게 그런 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2023년 11월 22일은 김강민과 SSG 팬들에 있어 쉽게 잊지 못할 날이었다. KBO 2차 드래프트에서 SSG가 보호선수 명단에서 김강민을 제외했고, 한화가 4라운드에서 그를 선택하며 데뷔 23시즌 만에 유니폼을 바꿔입게 된 것. 그 과정에서 선수와 프런트 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SSG 팬들의 마음도 많이 다쳤다.

SSG 김강민(오른쪽)이 28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SSG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SSG 김강민(맨 왼쪽)이 28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딸들과 함께 시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가장 아쉬움을 느꼈을 당사자인 김강민이지만, 그는 2년 전 아픔을 잊지 못한 팬들을 어루만졌다. 김강민은 "지나간 일이다.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크게 언급하고 싶지 않다. 나는 조금 더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었고, 팀은 다른 선택을 하는 등 각자의 상황이 있었다. 나는 프로고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어찌 됐든 현재를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난 일보단 앞으로의 일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고, 과거에 살기보단 미래를 준비하면서 현재를 살고 있다. 앞으로의 김강민이 더 중요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 오늘은 좋았고 행복했던 추억만 많이 기억됐으면 한다"고 미소 지었다.

SSG에서는 이번 은퇴식을 'Remember the Beast(리멤버 더 비스트)'라는 테마로 준비했다. 2022년 한국시리즈 최고령 MVP이자 인천에서 23시즌을 뛰며 SSG의 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김강민의 헌신과 여정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특별 엔트리를 통해 김강민이 앞으로 영원히 SSG 선수로 각인될 수 있게 했다. 특별 엔트리 제도를 통해 이날 하루 선수로 등록되면서 김강민의 처음과 끝은 모두 SSG로 장식됐다.

SSG 김강민(맨 왼쪽)이 28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딸들과 함께 시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SSG 김강민(맨 왼쪽)이 28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교체로 들어온 최지훈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경기 전 중견수로 출전해 홈팬들에게 외야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한 자리도 마련됐는데, 이는 김강민 본인의 고사로 없던 일이 될 뻔했다. 김강민은 "특별 엔트리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공을 던져봤는데 '은퇴하길 잘했구나' 싶을 정도로 팔이 너무 아팠다. 공 몇 개 안 던졌는데 3일 동안 팔을 못 들었다. 공도 못 던지는 김강민이면 매력 없다 생각해서 고사했고 잔디 밟는 거만 동의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김강민을 상징하는 짐승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강민은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별명이다.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제는 짐승보단 애완동물 같은 조금 부드러운 쪽으로 이미지를 잡고 싶다. 지금 공부하는 것도 후배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인천SSG랜더스필드에는 경기 4시간 전부터 김강민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김강민은 "정말 과분하게 사랑받은 선수였다. 못할 때는 쓴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그런 순간들이 모여 김강민이란 선수가 만들어졌다. 잘할 때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꼭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SSG 김강민(맨 왼쪽)이 28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열린 자신의 은퇴 기자회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