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도 지켜봤다, 서울 팬들의 분노→골 넣어도 "김기동 나가"... 서울, 거친 야유 속에 포항전 4-1 대승 [상암 현장]

최근 기성용 이적에 성난 FC서울 팬들이 김기동 감독에게 야유를 퍼붓고 있다. /사진=OSEN 제공

기뻐하는 FC서울 선수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리빙 레전드' 기성용(36) 이적에 어수선한 FC서울이 대승을 수확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

서울은 29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홈 맞대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서울은 4경기 무패(2승2무)를 기록, 시즌 성적 7승9무5패(승점 30)로 리그 6위에 위치했다. 반면 4위 포항은 9승5무7패(승점 32)가 됐다.


이날 경기는 '기성용 더비'가 됐다. 기성용은 유럽무대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서울에서만 뛴 리빙 레전드이지만, 출전시간 등 여러 문제가 생기면서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기성용의 차기 행선지는 포항이다. 포항 구단에 따르면 기성용은 오는 7월 3일 메디컬테스트를 받는다. 문제가 없다면 그날 오후 기성용의 포항 이적 오피셜이 뜰 예정이다.

이날 기성용은 관중석에서 서울, 포항전을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순간에 레전드를 잃은 서울 팬들의 분노는 엄청났다. 경기 전부터 기성용 이적에 반대하는 트럭 시위, 장례식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관중석 곳곳에는 '기성용이 서울이고, 서울이 기성용이다' 등 서울 팬들의 성난 마음이 적힌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기성용 유니폼이 걸려 있거나, 기성용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서울 팬도 많았다.


경기 중에는 "김기동 나가"라는 연호와 함께 기성용 응원가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꽉 채웠다. 서울의 대량 득점에도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김기동 나가"를 끊임없이 외쳤다.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성난 FC서울 팬들. /사진=OSEN 제공

경기에 앞서 김기동 감독은 기성용 이적과 관련해 "언제나 환하게 응원해주고 웃어주신 서울 팬들, 수호신들이기에 지금 상황에 대한 심정을 이해한다"면서 "지금 상황에 대해 전부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서울에 대한 제 진심과 믿음은 굳건하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태하 포항 감독은 "우연찮게 에이전트와 통화 중에 기성용이 팀에서 나오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팀 3선에 대해 고민이 많은 상황이었다. 올 여름 영입 계획이 없었지만, 기성용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영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타진했다. 구단과 단장님을 만나 기성용을 영입할 수 있냐고 물어봤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날 김기동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둑스와 린가드 투톱에 루카스, 황도윤, 류재문, 정승원이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포백은 김진수, 김주성, 야잔, 박수일, 골키퍼는 강현무였다.

포항도 4-4-2로 맞섰다. 이호재, 조르지가 최전방 공격수로 출격했다. 어정원, 김동진, 오베르단, 주닝요가 뒤를 받쳤고, 수비진은 박승욱, 한현서, 전민광, 신광훈이었다. 골문은 황인재가 지켰다.

FC서울 선수단의 골 세리머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 팬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서울은 팬들의 폭풍 야유에도 전반 초반부터 유리한 분위기를 가져갔다. 전반 16분부터 '캡틴' 제시 린가드의 선제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루카스가 날카로운 돌파를 앞세워 박승욱의 반칙을 이끌어냈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어 키커로 나선 린가드가 오른쪽 구석을 향해 침착하게 차 넣었다.

서울은 전반 19분에도 정승원이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득점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의 흐름은 계속됐다. 전반 28분에는 포항 베테랑 오베르단의 퇴장까지 나왔다. 오베르단은 황도윤과 볼 경합을 벌이다가 팔꿈치를 휘둘렀는데, 이것이 황도윤 얼굴에 맞았다. 주심은 애초 옐로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비디오판독(VAR) 이후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 오베르단에게 다이렉트 퇴장을 명했다.

수적 우위까지 거머쥔 서울은 더욱 매섭게 포항을 몰아붙였다. 스코어도 벌어졌다. 전반 32분 루카스가 황도윤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기록했고, 전반 추가시간 둑스도 린가드의 패스를 정확한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해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FC서울 공격수 둑스가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포항스틸러스 이동희(가운데)의 골 세리머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위기에 몰린 포항은 후반 14분 주닝요를 빼고 김인성을 투입했다. 서울도 이승모, 클리말라, 손승범을 교체로 내보냈다.

포항의 만회골이 나왔다. 후반 29분 코너킥 찬스에서 이동희가 헤더골을 뽑아냈다. 서울 수비진을 따돌리는 움직임이 좋았다.

이후에도 포항은 격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서울도 라인을 끌어올린 포항을 무너뜨리기 위해 역습을 시도했다. 추가골은 서울에서 나왔다. 후반 39분 클리말라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지 않고 마침표를 찍었다. 결국 경기는 4-1, 서울의 승리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