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서울 팬들 야유→김기동 감독 "받아들이겠다, 팀 더 좋아진다 자신" [상암 현장]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FC서울의 김기동 감독이 팬들의 거친 야유에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서울은 29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홈 맞대결에서 4-1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서울은 4경기 무패(2승2무)를 기록, 시즌 성적 7승9무5패(승점 30)로 리그 6위에 위치했다. 반면 4위 포항은 9승5무7패(승점 32)가 됐다.


이날 경기는 '기성용 더비'였다. '정상급 미드필더' 기성용은 서울을 떠나 포항 이적을 앞두고 있다. 기성용은 유럽무대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서울에서만 뛴 리빙 레전드이지만, 출전시간 등 여러 문제가 생기면서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기성용의 차기 행선지는 포항이다. 포항 구단에 따르면 기성용은 오는 7월 3일 메디컬테스트를 받는다. 문제가 없다면 그날 오후 기성용의 포항 이적 오피셜이 뜰 예정이다.

이날 기성용은 관중석에서 서울, 포항전을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순간에 레전드를 잃은 서울 팬들의 분노는 엄청났다. 경기 전부터 기성용 이적에 반대하는 트럭 시위, 장례식 퍼포먼스 등이 진행됐다. 관중석 곳곳에는 '기성용이 서울이고, 서울이 기성용이다' 등 서울 팬들의 성난 마음이 적힌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기성용 유니폼이 걸려 있거나, 기성용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서울 팬도 많았다.


경기 중에는 "김기동 나가"라는 연호와 함께 기성용 응원가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꽉 채웠다. 서울의 대량 득점에도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김기동 나가"를 끊임없이 외쳤다.

경기 후 취재진 인터뷰에서 김기동 감독은 "홈에서 오랜만에 이긴 것 같다. 흐름 자체를 계속 가지고 오면서 경기를 했는데, 홈에서 못 이기다 보니깐 저부터 약간 서두르고,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선수들이 준비한대로 잘했다. 앞으로도 홈에서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평했다.

서울 팬들의 거친 야유에 대해 "충분히 팬들이 현 상황에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성난 fc서울 팬들. /사진=OSEN 제공

대승의 원동력에 대해선 "선수들이 더 집중했다. 그동안 홈에서 많이 이기지 못해 '이겨야 한다고 했다. 득점을 할 때 욕심을 내는 것보다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경기를 해보자고 했는데, 공격 패턴 등이 준비한대로 잘 됐다. 경기가 잘 풀리다보니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성용 이적에 팀 분위기도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김기동 감독은 "전설적인 선수가 팀을 떠나 팬들이 아쉬움을 표현한 것 같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훈련을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가 감독, 또 선수로서 서울에서 해야할 일이 있으니 이 부분에 충실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저도 은퇴 시점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제가 생각하는 부분, 감독과 구단이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결정과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저도 은퇴할 때 1~2년 더 할 수 있었고, 다른 팀도 갈 수 있었지만 결정은 제가 했다. 포항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면서 연수도 다녀오고 지도자도 했다. 언제까지 선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시점에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은 내달 2일 코리아컵 8강전에서 전북 현대를 상대한다. 김기동 감독은 "컵 대회이기 때문에 승리한다면 4강, 결승까지 갈 수 있다. 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결승을 하는데, 이번 경기를 이기면서 부담감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라면서 "(리그에서도) 2위와 승점차가 크지 않다. 분명히 팀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고,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