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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뒤 버스 막기를 진행한 FC서울 팬들. /사진=이원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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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서울은 29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5 K리그1 2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홈 맞대결에서 4-1로 크게 이겼다. 올해 홈 승률이 저조했던 서울 입장에선 상당히 반가운 결과. 포항전 승리를 통해 상위권 도약의 발판도 마련했다. 서울은 7승9무5패(승점 30)를 기록, 리그 6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서울 팬들의 하루는 분노로 시작해 분노로 끝났다. 팀 간판스타 기서용의 이적 때문이다. 서울은 지난 25일 베테랑 기성용과 이별을 공식 발표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 체제에서 출전시간이 줄어든 기성용은 이적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기성용의 차기 행선지는 포항이 유력하다. 포항 관계자에 따르면 기성용은 7월 3일 메디컬 테스트를 받는다. 문제가 없다면 곧바로 그날 오피셜이 뜰 예정이다.
기성용은 유럽 무대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서울 한 팀에서만 뛴 '리빙 레전드'다. 서울 팬들은 한순간에 레전드를 잃었다며 분노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일부 서울 팬들은 "선수도 떠나고 팬도 떠난다" 등의 문구가 담긴 트럭 시위, 또 '레전드를 버린 구단, 자부심을 잃은 수호신'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앞세워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방어회, 소주 등이 올려놓은 제사상도 만들어졌다.
더운 날씨에도 양복을 입고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한 허정재 씨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저뿐만 아니라 많은 서울 팬들이 레전드를 내친 김기동 감독과 서울 구단에 많이 분노하고 있다. 행동으로 나선 이유"라면서 "트럭 시위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저도 개인 지지자일뿐이지만, '이렇게 두고 볼 수만은 없다'라는 심정으로 진행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 팬들은 경기 내내 "김기동 나가"를 외치기도 했다. 포항전 관중석 곳곳에는 '기성용이 서울이고, 서울이 기성용이다' 등 서울 팬들의 성난 마음이 적힌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기성용 유니폼이 걸려 있거나, 기성용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서울 팬도 많았다.
경기 중에는 "김기동 나가"라는 연호와 함께 기성용 응원가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꽉 채웠다. 서울의 대량 득점에도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은 "김기동 나가"를 끊임없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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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FC서울 팬들. /사진=OSEN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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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하지만 서울 팬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계속되는 격렬한 시위에 경찰차가 등장, 혹시 있을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이날 경기 전 김기동 감독은 기성용 이적과 관련해 "언제나 환하게 응원해주고 웃어주신 서울 팬들, 수호신들이기에 지금 상황에 대한 심정을 이해한다"면서 "지금 상황에 대해 전부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서울에 대한 제 진심과 믿음은 굳건하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기동 감독은 서울 팬들의 거친 야유에 대해 "충분히 팬들이 현 상황에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도 은퇴 시점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제가 생각하는 부분, 감독과 구단이 생각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결정과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저도 은퇴할 때 1~2년 더 할 수 있었고, 다른 팀도 갈 수 있었지만 결정은 제가 했다. 포항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면서 연수도 다녀오고 지도자도 했다. 언제까지 선수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시점에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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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팬들의 버스 막기. /사진=이원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