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 또 만루' 안심할 수 없는 한화의 9회, 그래도 6월 ERA 0.93→구단 최연소 20SV... 아기 독수리는 한 뼘 더 성장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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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아기 독수리 김서현(21)이 좌충우돌 세이브를 쌓아가며 한화 이글스 구단 새 역사를 썼다.

김서현은 지난 28일 인천 SSG전에서 한화가 5-3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20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이 경기로 39경기 1승 1패 1홀드 20세이브, 38이닝 17볼넷 44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13, 피안타율 0.208로 정해영(KIA)과 함께 리그 세이브 공동 3위에 올랐다. 또한 1990년 송진우를 넘어 이글스 구단 최연소 20세이브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그 기록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당장 28일 경기도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로 자신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김서현은 선두타자 한유섬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고명준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직구 제구가 불안했다. 직구 구속은 최고 시속 155km까지 나왔지만,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났다. 박성한에게도 몸쪽 승부를 과감하게 들어갔으나, 계속해서 스트라이크가 잡히지 않았고 결국 바깥쪽 공을 박성한이 참아내면서 진루가 이뤄졌다.

포수 이재원과 양상문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한 효과도 미미했다. 안상현을 상대로는 슬라이더마저 계속해서 빠지며 결국 1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대타 오태곤이 적극적인 스윙으로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냈고 헛스윙 삼진, 조형우가 3루 땅볼을 치면서 가까스로 세이브를 올렸다.

경기 후 김서현은 한동안 더그아웃을 떠나지 못했다.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로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들으며 자신의 경기를 복기했고, 이는 올해 한화 더그아웃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어떠한 대화를 나누는지는 27일 경기에 앞서 들을 수 있었다.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서현은 "최근에도 와인드업 동작이 바뀌었는데 항상 양상문 코치님께서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씀해주신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도 항상 투수코치님과 먼저 상의하고 했던 것 같다. 원래는 구속을 정말 신경 썼는데 최근에는 밸런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무리는 볼넷을 적게 주고 계속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밸런스를 신경 쓰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퓨처스와 1군을 오고 갔던 것과 달리 올해는 개막전부터 쭉 1군에 머물면서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그런 만큼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보인다. 6월에만 해도 8일 광주 KIA전에서 상대 클린업을 상대로 3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1⅓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거두는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이날처럼 만루 위기를 자초한 적도 몇 차례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6월 한 달간 10경기 승패 없이 5세이브 평균자책점 0.93으로 한화의 월간 승률 2위(11승 1무 9패·승률 0.550)를 이끌었다. 김경문 감독의 신뢰도 차츰 높아져서 멀티 이닝 횟수도 차츰 늘어나는 등 리그 정상급 마무리가 갖춰야 할 다양한 경험을 빠르게 쌓고 있다.

그를 통해 한 뼘 한 뼘 더 성장하는 모습이다. 김서현은 "확실히 내 뒤에 누가 없다는 압박감은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는 대체로 조용해서 덜했는데, 프로에서는 응원도 다르고 원정 가면 훨씬 더 압박이 심한 것 같다"면서도 "경기 끝나고는 루틴이나 보강 훈련이 굉장히 중요한데 너무 긴장했던 날에는 보강 훈련을 까먹고 못 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경기 후에는 빠르게 긴장을 풀려고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상 깔끔하게 막지 못한 날은 선배님들이 장난스럽게 '수명이 줄었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공이 좋다는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며 "위험한 순간에 변화구로 승부를 하는데 야수 선배님들께 도움을 정말 많이 받는다. 앞으로는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고 초구 싸움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아직 보완할 점이 정말 많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서도 끝내 최고 시속 160km의 빠른 공으로 한화의 승리를 지켜내는 모습은 한화뿐 아니라 KBO 팬들을 열광케 했다. 올해 한화의 새로운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리는 2025 KBO 올스타전에 김서현이 최다 득표를 한 것이 그 증거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나눔 올스타 마무리 부문 후보 한화 김서현은 역대 팬 투표 최다 득표인 178만 6837표를 얻었다. 2015시즌 올스타전부터 집계한 마무리투수 부문에서 2024시즌 KIA 정해영에 이어 두 번째로 팬 최다 득표 1위가 나왔으며, 한화 선수로는 2016시즌 이용규에 이어 두 번째, 한화 투수로는 첫 번째로 팬 최다 득표를 차지했다. 김서현은 선수단 투표에서도 220표를 얻어 총점에서도 54.19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김서현은 "솔직히 내가 올스타에 뽑힐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올해 내게 행운이 많이 따르는 것 같다. 또 신구장에서 하는 올스타전에 내가 뽑힌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앞으로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마무리가 되고 나서는 10세이브만 하고 나머지는 운에 맡기자는 생각이어서 개인 성적은 욕심이 없다. 팀이 위기거나 필요로 할 때 막는 것이 내 목표다. 지난해보다 더 잘했다는 만족만 든다면 좋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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