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ERA 톱20에 LG 외국인만 없다, 국내 선발보다 기대 안 되는 32억 원투펀치라니... 고민 깊어진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 글자크기조절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왼쪽)와 요니 치리노스. /사진=LG 트윈스 제공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왼쪽)와 요니 치리노스. /사진=LG 트윈스 제공
팀을 이끌어가야 할 외국인 원투펀치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올 시즌 내내 선두권을 유지 중인 LG 트윈스의 이야기다.

LG는 지난 27~29일 잠실야구장에서 KIA에 1승 2패로 시리즈를 내주며 5강 팀들의 거센 추격을 허용했다. 시리즈 전 LG와 3.5경기 차였던 4위 KIA는 순위는 그대로지만, 5위 SSG와 격차를 1.5경기 차로 벌리며 한화, 롯데와 함께 4강 구도를 만들었다.


선발 매치업에서 LG의 우위가 점쳐졌기에 이번 루징 시리즈는 더욱 뼈아팠다. KIA가 애덤 올러에게 휴식을 주기로 결정하면서 손주영-양현종, 송승기-김도현, 요니 치리노스-윤영철 순으로 맞붙게 됐다. 디펜딩 챔피언과 우승 후보 간 맞대결답게 3경기 중 2경기가 1점 차 접전 끝에 승패가 갈렸는데, 의외로 가장 큰 점수 차가 난 것이 LG 1선발 치리노스와 KIA 5선발 윤영철이 나온 3차전이었다.

윤영철은 5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5선발에 기대되는 정석대로의 피칭을 한 반면, 치리노스는 그보다 못한 5⅓이닝 7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4패(7승)째를 떠안았다.

이날도 어김없이 5회 이후가 문제가 됐다. 타선이 두 바퀴 돌 때까지 꽁꽁 묶여 있던 KIA 타선은 치리노스의 구위가 떨어진 것이 보이자,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맞히는 데 집중하는 스윙으로 두들겼다. 6회에만 5개의 안타를 허용하면서 또 한 번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피칭에 실패했다. 구위로 타자로 압도해야 할 외국인 에이스답지 않은 결과다. 지난달 24일 SSG전부터 치리노스는 점점 최소 5개 이상의 안타를 허용하는, 상대로부터 공략할 만한 투수가 됐다.


그래도 경기당 5이닝 이상은 소화해주는 치리노스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보단 낫다는 게 LG로서는 고민이다. 에르난데스는 허벅지 부상으로 6주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음에도 6월 4경기 평균자책점 5.06, 16이닝 20탈삼진으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LG 임찬규(왼쪽)와 송승기.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임찬규(왼쪽)와 송승기. /사진=김진경 대기자
LG는 에르난데스까지 돌아온 6월부터 본격적인 질주를 예고했으나, 선두에 나선 치리노스-에르난데스의 난조에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했다. 현재 1위 한화와 1경기, 5위 SSG와 4경기 차 치열한 순위 경쟁 중인 가운데, 6월 한 달간 리그 평균자책점 톱20에 외국인 투수를 한 명도 올리지 못한 5강팀은 LG가 유일하다.

오죽하면 팬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원투펀치보다 임찬규, 송승기 등 국내 투수들이 나온 경기가 더 기대되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20일 두산전 당시 "지금 우리 팀은 외국인 투수보단 국내 선발투수들이 엄청나게 잘해주고 있다. 다른 경쟁팀 외국인 투수들이 워낙 세니까 약해 보이는 것도 있긴 한데 약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치리노스가 100만 달러(약 14억), 에르난데스가 130만 달러(약 18억 원)로 둘이 합쳐 32억 원에 달하는 비싼 몸값이란 걸 떠올린다면 이들에게도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시즌 성적도 치리노스가 17경기 7승 4패 평균자책점 3.49, 100⅔이닝 90탈삼진, 에르난데스가 9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4.61, 41이닝 46탈삼진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

오히려 연봉 2억 원의 임찬규가 8승 2패 평균자책점 2.66, 연봉 3600만 원의 송승기가 8승 4패 평균자책점 3.25로 팀 선발승(33승)의 절반에 가까운 16승을 합작했다. 이닝 소화력에 있어도 임찬규(91⅓이닝)-송승기(83이닝) 듀오가 치리노스(100⅔이닝)-에르난데스(41이닝) 외인 원투펀치를 뛰어넘었다.

사이클이 있는 타격과 달리 투수들은 체력 관리만 된다면 퍼포먼스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반기 종료를 앞둔 LG의 고민은 커 보인다. 포스트시즌에 쓸 수 있는 외국인 선수 등록 기한은 8월 15일. 그때까지 약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LG가 과감한 결단을 내릴지, 아니면 치리노스-에르난데스 듀오가 올스타브레이크 기간 반등 요소를 찾아낼지 지켜볼 일이다.
기자 프로필
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