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출신 누나 2년 재활→프로 복귀, 동생도 감동이었다 "정말 존경스럽다, 우리 남매 오래오래 배구했으면" [인터뷰]

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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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지은우가 최근 스타뉴스와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만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KB손해보험 지은우가 최근 스타뉴스와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만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현대건설 지민경이 지난달 9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배구단 제공
현대건설 지민경이 지난달 9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현대건설 체육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배구단 제공
"저희 누나지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자랑스러워요."

소속팀 없이 오랜 재활 끝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계약하고 2년 만에 프로 무대로 복귀한 신인왕 출신 지민경(27)의 복귀는 배구 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줬다. 그런 누나의 재활을 함께하고 바로 옆에서 지켜본 동생 지은우(23·KB손해보험)에게는 더욱 벅찼다.


최근 스타뉴스와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만난 지은우는 "처음 배구 선수를 시작할 때 목표가 프로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코트에 섰는데도 실감이 안 났다. 그러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저녁에 많이 울컥했다. 부모님도 많이 좋아해 주셨다"고 데뷔전을 떠올렸다.

지은우는 한국 여자배구 전설 중 한 명인 지경희를 고모, 2016~2017 V리그 여자부 신인왕 출신 지민경이 누나로 두고 있어 어릴 적부터 배구가 익숙했다. 송림고-경기대 진학 후 2024~2025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수련선수로 KB손해보험에 입단했고, 지난 시즌 6라운드 OK저축은행전에서 처음 프로 무대를 밟았다. 이후 정규시즌 3경기 8세트에 출전했고 대한항공과 플레이오프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데뷔는 누나 지민경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은 계기가 됐다. 데뷔시즌 29경기 97세트 176득점으로 만장일치 신인왕을 수상했던 지민경은 두 차례 무릎 수술로 하락세를 겪었고 끝내 2022~2023시즌 방출돼 무적(無籍) 신분이 됐다. 하지만 프로 무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임도헌 삼성화재 단장이 운영하는 배구 아카데미와 동생의 모교인 경기대에서 꾸준히 재활과 훈련에 매진했고 지난달 현대건설과 계약에 성공했다.


소속팀 없이 홀로 하는 2년의 재활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우애가 좋았던 남동생 지은우의 존재가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복귀 당시 지민경은 "현대건설의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가족들과 도와주신 분들이 많이 생각났다. 특히 지난 시즌 수련선수로 드래프트에 뽑히고 데뷔한 동생이 생각난다. 동생도 (데뷔까지)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겨내는 모습이 내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KB손해보험 지은우(오른쪽)가 지난 3월 18일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대한항공과 플레이오프 무대에 투입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KB손해보험 지은우(오른쪽)가 지난 3월 18일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대한항공과 플레이오프 무대에 투입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현대건설이 지난달 5일 지민경의 영입을 알렸다. /사진=현대건설 배구단 제공
현대건설이 지난달 5일 지민경의 영입을 알렸다. /사진=현대건설 배구단 제공
동생에게는 더 큰 감동이었다. 지은우는 "원래도 매일같이 연락하는 사이다. 모교(경기대)에서 휴가 때도 함께 훈련했고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버틸 줄은 몰랐다. 내가 옆에서 돕긴 했지만, 결국은 본인이 해낸 거다. 정말 존경스럽다"면서 "누나가 현대건설과 계약했다고 했을 때 크게 표현은 안 했다. 정말 기뻤고 감격스러웠다"고 미소 지었다.

2년 만에 복귀한 누나만큼이나 지은우에게도 올 시즌은 중요하다. 경기대 시절에도 수비가 좋은 아웃사이드히터 출신 지은우는 리베로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올 시즌을 준비한다. 주전 리베로 정민수(34)가 임성진(26·KB손해보험)의 FA 보상선수로 한국전력으로 이적하면서, 무한 경쟁 체제가 만들어졌다. 가장 경험이 많은 김도훈(27)이 현시점에서 앞서 있는 건 사실이지만,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은 편견이 없는 사령탑으로 알려져 있다.

지은우는 "(정)민수 형과 함께 있으면서 선수로서 마인드, 리더십 같은 걸 많이 배웠다. 올해는 그렇게 배운 부분을 내 걸로 만들면서 내 역할을 다해보고 싶다. 기회가 생긴 만큼 내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님이 굉장히 세세하게 설명해 주는 편이시다. 특히 연결 동작은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많이 알려주시는데 단순히 '이렇게 해'가 아닌 '이렇게 움직여야 발이 빨라진다'고 보여주는 식이다. 그래서 이해가 훨씬 잘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른 리베로들보다 신장이 큰 편(189㎝)이라 넓은 수비 반경이 장점이다. 또 디그에 조금 더 자신 있다. 리시브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올해는 내가 어떤 선수인지 증명해 보고 싶다. 급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많이 뛰는 게 목표지만, 천천히 가려고 한다. 대신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누나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지은우는 "누나, 잘 적응하고 있으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항상 이야기했듯 길게 보자. 우리 둘 다 오래오래 배구했으면 좋겠어"라고 힘줘 말했다.

KB손해보험 지은우가 최근 스타뉴스와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만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KB손해보험 지은우가 최근 스타뉴스와 수원 KB손해보험 인재니움에서 만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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