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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AFPBBNews=뉴스1 |
지난 시즌을 앞두고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29억 원)의 고액 계약을 체결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이정후는 기나긴 부진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정규시즌 82경기 타율 0.240(308타수 74안타) 6홈런 34타점 46득점 6도루, 출루율 0.311 장타율 0.393 OPS 0.704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5월 어깨 수술로 일찍 시즌을 마감해 올해가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임을 감안해도 윌리 아다메스, 로비 레이 다음 팀 내 연봉 3위(사치세 적용 기준)에 달하는 그의 입지에 비하면 아쉬운 건 사실.
특히 6월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6월 이정후는 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143(84타수 12안타) OPS 0.551, wRC+(조정 득점생산력) 69로 생산성에서 리그 평균(wRC+ 100)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4월 26경기 타율 0.324, OPS 0.908로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주며 올스타도 당연시됐던 시즌 초반 활약이 있어 6월 성적은 더욱 대비됐다.
구단 역사를 통틀어 봐도 이 정도 부진은 없었다. 미국 매체 AP 통신의 조시 듀보우는 1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정후는 6월 OPS(출루율+장타율)를 0.551로 마무리했다. 2000년 이후 한 달 동안 100타석 이상 들어선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중 이정후보다 낮은 OPS를 기록한 건 2014년 9월, 2017년 6월 헌터 펜스(은퇴)와 2015년 6월, 2016년 9월 앙헬 파간(은퇴)뿐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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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AFPBBNews=뉴스1 |
이정후의 부진은 메이저리그 수준의 빠른 공과 변화구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크다. 평균 직구 시속이 145㎞가 되지 않는 KBO와 달리 메이저리그는 선발 투수들도 155㎞의 빠른 공을 쉽게 던진다. 빠른 공을 맞히기 위해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다 보면 KBO와 차원이 다른 변화구에 대처하기 어려워지는데 이정후는 현재 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베이스볼서번트 상 이정후의 직구 상대 타율이 0.255, 브레이킹볼 상대 타율이 0.209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고 충분히 방망이에 힘이 실리지 않다 보니 땅볼이 많이 나오고 BABIP(인플레이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 수치도 떨어진다. 보통 이정후처럼 발이 빠른 타자는 BABIP도 높기 마련이지만, 6월의 이정후는 비정상적이다.
또 다른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달 29일 "이정후의 BABIP는 3~4월 0.351, 5월 0.232, 6월 0.190을 기록했는데, 그처럼 빠른 선수는 BABIP이 리그 평균(0.291·이하 6월 28일 기준)보다 높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의 수치는 (느린 것으로 유명한) 야디에르 몰리나가 또 다른 몰리나 형제를 업고 달리는 수준"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