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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박주성이 1일 KT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5월을 15승 44패, 승률 0.254로 마친 키움이지만 6월 들어 반등에 나섰다. 5연패에 빠지기도 했지만 4연승을 두 차례나 달성하며 10승 10패 2무, 5할 승률로 6월을 마무리했다.
팀 평균자책점(ERA) 5.43으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마운드가 6월엔 4.28로 5위로 올라선 게 결정적이었다. 특히 부상에서 돌아온 정현우가 3경기에서 ERA 0.59로 완벽투를 펼쳤고 6월 중순 선발로 보직을 변경한 박주성(25)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지난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한 뒤 퓨처스와 1군을 오갔던 박주성은 지난 19일 콜업돼 5이닝 동안 74구만 뿌리며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시즌 초반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했던 구속은 최고 147㎞까지 상승했고 피홈런은 있었지만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선발 투수로서 홍원기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일시 대체 외국인 투수 라클란 웰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다음날 곧바로 2군행을 통보받았지만 1군 등록 가능 일수인 열흘보다 딱 하루를 더 보낸 뒤 1일 콜업돼 KT 위즈와 방문경기에 선발로 마운드에 다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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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투구를 펼치는 박주성.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5회까지 82구 1실점으로 막아낸 박주성은 6회에도 마운드에 등판했다. 지친 기색 없이 김상수에게 몸쪽 슬라이더, 김민혁에겐 바깥쪽 빠른 공으로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력을 뽐냈지만 앞서 홈런을 내줬던 안현민에게 던진 공이 이번에도 가운데로 몰렸고 안현민에게 뼈아픈 좌월 장외 솔로포를 허용했다.
그러나 박주성은 아무렇지 않게 털고 일어났다. 다음 타자 장성우를 유격수 직선타로 돌려세웠다. 6이닝 동안 98구를 던져 3피안타 중 2개의 홈런을 맞았지만 든든한 득점 지원 속에 2실점으로 틀어막고 데뷔 첫 선발승을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장식했다.
시즌 ERA는 여전히 5.73이지만 선발로 나선 2경기에선 11이닝 동안 3실점, ERA 2.45를 기록 중이다. 표본은 적지만 단순히 ERA보다 더 의미가 깊은 건 씩씩한 투구다. 볼넷이 단 3개에 그쳤고 홈런을 맞아도 흔들림 없는 투구를 펼쳤다. 4,5선발들이 볼넷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현상이 반복됐던 키움이기에 박주성의 선발 2경기는 결과 만큼이나 과정에서도 홍 감독을 미소짓게 할 만했다.
키움 입장에선 진작 잠재력을 터뜨려줬어야 할 투수였다. 2018년 시즌 중 넥센(키움 전신)의 1차 지명으로 계약금 1억 5000만원을 손에 넣은 박주성은 이듬해 새 이름으로 바뀐 키움 유니폼을 입고 데뷔했다. 넥센이 남긴 마지막 1차 지명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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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닝을 마친 박주성(왼쪽)이 홍원기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시즌 전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해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맞이했지만 착실히 선발 경험을 쌓았고 그 와중에 두 차례나 구원 투수로 콜업을 받았으나 번번이 아쉬움을 남겼다. 22이닝 동안 18자책점, ERA 7.36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다시 한 번 퓨처스로 향했다.
그러나 6월 퓨처스에서 3경기 등판해 17이닝 동안 4자책점, ERA 2.12로 상승세를 탔고 1군에서 잡은 선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증명해냈다.
넥센 시절 뽑은 김하성(2014 2차 3R), 이정후(2017 1차), 김혜성(2017 2차 1R)을 지명해 메이저리거로 키워내며 남다른 안목을 자랑했다. 넥센에서 뽑은 선수는 아니지만 강정호(은퇴)와 트레이드로 합류한 박병호(삼성)도 빅리그에 진출시키는 육성 능력까지 뽐냈던 히어로즈다.
다만 투수는 이야기가 달랐다. 안우진(2018 1차)이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지만 그 외엔 이렇다 할 투수가 없었다. 지난해 하영민(2014 2차)이 데뷔 10년 만에 드디어 잠재력을 터뜨린 게 위안거리였다. 그렇기에 박주성의 반등이 더 반갑게 느껴질 만한 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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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선발승을 챙긴 박주성(가운데)이 동료들의 격한 축하 물 벼락을 맞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