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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투수 김건우. /사진=SSG 랜더스 제공 |
김건우는 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도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피안타는 단 하나, 탈삼진은 3개. 그런데 투구수는 82구에 달했다. 원인은 단 하나. 아웃카운트를 잘 잡아놓고 남발하는 볼넷에 있었다. 6사사구와 함께 불어난 투구수는 무실점에도 김건우의 5회 등판을 무산시킨 이유였다.
2021 SK 와이번스(SSG 전신)가 남긴 마지막 1차 지명자 김건우는 데뷔 초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국군체육부대(상무)를 거쳤다. 사실상 상무에서도 거의 재활에만 전념했다. 지난해 전역 후에도 퓨처스리그에서만 6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만큼 베일에 싸여진 선수였으나 시즌 전 이숭용 SSG 감독은 김건우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나타냈다. 시범경기에서 2경기 7이닝 평균자책점(ERA) 1.29로 잘 던졌고 지난 3월 27일 선발이 일찌감치 물러선 뒤 구원 등판해 4⅓이닝 노히트 피칭을 펼치며 데뷔 첫 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김건우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좌완이라는 희소성을 살리기 위해 5월 중순까진 불펜에서 활용했다. 그러나 선발에 구멍이 뚫리며 결국 시즌 전 구상대로 다시 선발로서 기회로 활용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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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건우. /사진=SSG 랜더스 제공 |
그러나 선발로서 가장 중요한 이닝 소화 능력에선 낙제점 수준이다. 타자와 적극적인 승부를 펼치지 못하며 볼넷을 남발해 늘어나는 투구수 때문이다. 이 감독은 김건우에게 꾸준한 선발 기회를 주며 믿음을 나타냈는데 그 때마다 한결같이 강조했던 게 바로 "긴 이닝 소화"였고 이를 위해 "공격적 투구", "피해가려 하지 마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이닝만 늘릴 수 있다면 김건우 같은 4,5선발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볼넷이 발목을 잡고 있다. 9이닝당 볼넷이 8.31개로 ERA 4.06인 김광현(3.29개), 4.24인 문승원(3.00개)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이닝 소화력에서 큰 차이가 나타난다. 선발로 나선 7경기에서 21⅔이닝, 경기당 평균 3이닝 소화에 그치고 있다. 짠물투구를 펼쳐도 5이닝을 버티지 못하니 승리 기회 조차 잡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1일 경기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고스란히 나타났다. 1회초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이창진을 유격수 땅볼, 박찬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는데 패트릭 위즈덤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더니 최형우 타석에서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포수 견제로 이닝을 끝낸 게 천만다행이었다.
2회에도 2아웃을 잡 잡아놓고 다시 흔들렸다. 1-2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놓고도 유인구가 너무 눈에 띄게 존을 벗어났다. 김호령은 볼 3개를 골라내 결국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실점은 없었으나 투구수는 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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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 /사진=SSG 랜더스 제공 |
4회 선두 타자 고종욱에게 이날 유일한 안타를 맞았다. 그만큼 KIA 타자들은 쉽게 김건우의 공은 칠 수 없었다. 위력적이어서, 또는 존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타를 치긴 어려워도 투구수를 늘리기는 쉬웠다. 오선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또다시 김호령에게 너무도 쉽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실점은 없었다. 김태군과 박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쳤지만 투구수는 80구를 훌쩍 넘었다. 한 점을 내주더라도 1이닝만 더 버텼으면 승리 요건을 챙길 수 있었지만 스스로를 코너에 밀어넣으며 이날도 승리와는 연을 맺지 못했다.
선발로 나선 7경기 중 퀄리티스타트는 전무하고 최다 이닝도 5이닝 단 한 차례다. 도무지 승리를 챙길 길이 없다. 좋은 공을 갖고도 좀처럼 과감한 투구를 펼치지 못하니 본인은 물론이고 지켜보는 이들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아직 경험이 적은 투수다. 1군에서 37경기 57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다. 다만 경험이 적은 투수라고 모든 게 용인되는 건 아니다. 스스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기회는 언제까지도 주어질 수 없다.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김광현도 모든 공을 완벽하게 던질 수는 없다. 어쩌면 더 완벽해지려하기보다는 안타를 맞고 실점을 해도 괜찮다는 용기가 김건우를 더 강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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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왼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