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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 /AFPBBNews=뉴스1 |
이정후는 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5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86경기를 치렀는데 윌리 아다메스(85경기), 엘리엇 라모스(84경기)에 이어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는 이정후(82경기)지만 최근 기세를 놓고 보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결정이다.
이정후는 타율 0.240, OPS(출루율+장타율) 0.704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에 비하면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샌프란시스코 팀 타율 0.230로 MLB 전체 24번째로 처져 있는 팀 사정을 생각하면 이정후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6월 타율 0.143에 그친 이정후는 최근 15경기에선 0.075로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동반 침체기를 겪고 있는 어떤 타자들과 비교해도 가장 뒤처지는 수준이다.
'킹캉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MLB 유경험자 강정호(38)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강정호_King Kang'에서 'MLB 투수들이 노린 이정후가 못 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강정호는 이정후의 기록을 비교하며 무엇이 안 되고 있는지를 짚었고 가장 큰 이유로 배럴 타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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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이정후의 부진 원인을 진단하며 높아진 땅볼 비율을 꼬집고 있다. /사진=강정호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데뷔 시즌을 보낸 이정후는 지난해 좀처럼 타구를 띄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빅리그 최상위권 컨택트 능력과 최소 수준의 삼진률을 자랑했지만 수치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이유다. 이정후의 지난해 땅볼 타구는 배럴 타구는 4.5%로 리그 평균인 7%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했는데 올 시즌엔 4%로 더 떨어졌다.
배트 스피드가 리그 평균을 밑돌다보니 빠른 타구 생산이 쉽지 않다. 다만 이정후는 타고난 타격 감각으로 기술적으로 만들어내는 안타가 많은 타자다. 단순히 하드히트 비율만으로 부진을 평가하긴 어렵다.
다만 부진과 직접적인 영향을 맺는 건 바로 발사각이다. 공략이 어려운 공을 때려내도 내야를 넘기지 못한다면 땅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45.5%를 기록했던 땅볼 비율은 올 시즌 43.1%로 근소하게 줄였으나 강정호는 "이정후의 6월 땅볼 비율이 50%까지 올라갔다"며 부진의 원인을 짚었다. 지난해 발사각 9.2도에서 12.6도로 끌어올렸으나 6월 땅볼 비율이 더 높아졌다는 건 최근 이정후가 얼마나 발사각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더 힘이 실린 타구를 이상적인 발사각으로 보낼 필요가 있다. 강정호는 이정후가 자신만의 존이 있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결국 타격 메커니즘을 수정해 더 질 좋은 타구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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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에서 물러서는 이정후. /AFPBBNews=뉴스1 |
강정호는 과거 MLB 시절 추신수와 이정후의 최근 타격 자세를 영상을 통해 비교했다. 추신수는 왼쪽 다리가 먼저 회전을 하고 손을 최대한 늦게 끌고 와 더 강한 힘을 만들어내는 반면 이정후는 왼 다리가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손이 먼저 움직여 힘을 실어주기 힘든 자세라는 것이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오픈 스탠스를 더 과감히 시도했다. 빅리그 투수들의 몸쪽 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다만 그만큼 더 바깥쪽 공을 대처하기는 까다로워졌다. 강정호의 지적도 이 부분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강정호는 "미국 투수들의 공이 빠르다보니까 이겨내려면 (배트) 스피드가 있어야 한다"며 "(이정후의 스윙으로는) 몸쪽 공은 어느 정도 강하게 칠 수 있지만 바깥쪽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깥쪽 공을 강하게 치고 싶으면 왼쪽 다리쪽의 공간을 더 만들어 힙턴 스피드로 쳐야 좌중간으로 강하게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워낙 컨택트 능력이 좋고 손목을 안 쓰고 스윙 존도 긴데 (힙턴) 이 부분이 약하다보니 투수들이 그걸 공략해서 수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즌 중 교정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강정호는 "단기간에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강한 공을 때리려면 이 동작은 어느 정도 필수적으로 돼야 하는 것 같다. (추)신수 형은 이게 정말 좋았고 강하게 치는 선수들은 비슷한 원리를 갖고 있다. 이정후가 컨택트형 타자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 스피드는 있어야 바깥쪽 공을 이겨낼 수 있다. 이 부분을 더 연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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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직접 시범을 보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타격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정호 유튜브 영상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