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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 광주FC전을 앞두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양 팀 주장과 심판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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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FC안양과 광주FC전 판정에 대해 이동준 주심의 능력이 매우 좋았다고 설명하고 있는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사진=VAR ON 영상 캡처 |
축구협회는 지난 2일 "주요 판정 이슈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해설을 제공하는 영상 콘텐츠 'VAR ON: 그 판정 다시 보기'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소셜 미디어(SNS)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공개되는 이 영상은 현장의 심판 판정 기준과 적용 사례를 팬들에게 쉽게 전달하고 구단·언론·팬들의 판정 이해도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실제 K리그 등 국내 각종 대회는 그야말로 오심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매 라운드가 끝나면 경기별 주요 판정과 관련해 축구협회 심판위원회 평가회의가 열리지만, 정작 판정의 정심·오심 여부는 공개되지 않는다. 축구협회는 소통 창구를 닫아버린 채 사실상 심판들을 감싸기에 바빴다. 감독·선수 등은 판정 관련 언급만 해도 징계를 받으니 자연스레 '밀실', '성역'이라는 부정적인 표현들로 이어졌다. 이처럼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웠던 축구협회의 '불통' 이미지를 이 콘텐츠를 통해 개선, 심판과 판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첫 에피소드도 공개됐다. 지난달 28일 FC안양과 광주FC의 경기 주요 판정들이 소개됐다. 유병훈 안양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판정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던 그 경기다. VAR ON은 이동준 주심이 주현재 안양 코치에게 퇴장을 준 판정, 온 필드 리뷰를 거쳐 마테우스(안양)에게 퇴장을 준 장면, 경기 막판 안양이 페널티킥을 얻지 못한 장면을 꼽아 당시 판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경기는 다른 여러 이슈가 많았지만, 심판위원회는 이 세 장면만 담았다. 그리고 문진희 심판위원장이 직접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왜 이동준 주심이 그런 판정을 내렸는지, 그 근거는 무엇이고 심판위원회는 판정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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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새로 선보인 VAR ON 콘텐츠. /사진=VAR ON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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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FC안양과 광주FC전 주요 판정에 대해 공정한 판정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는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사진=VAR ON 영상 캡처 |
물론 경기 중 모든 판정을 다 짚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이날 수많은 심판 판정 중 선택된 세 가지 사례가 모두 '주심 판정이 옳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진 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그저 우연의 일치로 판정에 논란의 여지가 있던 장면들을 살펴보니 모두 정심이었다는 결론이 나왔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날 수많은 판정 중 오심으로 지적할 만한 판정 사례가 없었는지는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작 오심을 짚은 사례 없이 정심인 판정들만 모아두고 설명하는 거라면, '소통'을 강조한 콘텐츠의 의미 역시 퇴색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이제 막 콘텐츠가 시작됐지만 자칫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지점이다. 앞으로 더 중대한 오심이 나왔을 때, 과연 축구협회 심판위원회 차원에서 이를 지적하고 오심을 인정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논란의 판정이 나왔을 때 이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 또한 필요하겠으나 심각한 오심이 나왔을 경우 이른바 '제 식구 감싸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거란 우려다.
한 K리그 구단 고위관계자는 "경기 중 판정에 대해 주심이 왜 그런 판정을 내렸고, 심판위원회는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설명하겠다는 콘텐츠 취지는 백번이고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사실 구단이나 팬들로서는 경기 중 명백한 오심이라고 믿었던 장면이 실제 오심이었음을 재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경기 결과는 바뀔 수 없지만, 적어도 뒤늦게 오심으로 인정되면 상대 선수나 심판에 대한 징계는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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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새로 선보인 VAR ON 콘텐츠. /사진=VAR ON 영상 캡처 |
물론 영상을 통해 오심을 짚고 공개하는 건, 이른바 낙인이 찍혀버린다는 점에서 심판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문진희 위원장 역시 "이번 콘텐츠 기획은 심판 입장에서는 사실 매우 부담되는 결정이었다"고 했다. 다만 정작 중요한 오심 판정 사례는 숨긴 채 주심의 옳은 판정들만 소개한다면, 소통과 신뢰 회복 등을 앞세워 기획한 이번 콘텐츠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4선 이후 '소통'을 강조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만약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정말 큰 오심이 나왔을 때 과연 이 오심을 심판위원회가 영상을 통해 냉정하게 다룰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면서 "이제 막 시작인 만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공개된 첫 영상처럼 '주심 판정들이 맞았다'는 결론만 모아놓는 정도의 콘텐츠라면 그저 보여주기식 행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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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사진=VAR ON 영상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