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다시 최고 타자로!" 美 타격천재 반등 집중조명, "이제부터 팀에 도와야" 자신감 얻었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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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3일 애리조나전 연장 끝 승리를 거두고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3일 애리조나전 연장 끝 승리를 거두고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홈런만 나왔으면 사이클링 히트도 가능했다. 그만큼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그간의 부진을 완전히 털어버리는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이정후는 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방문 경기에서 5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최근 15경기 타율이 0.075까지 떨어지며 시즌 타율도 0.240으로 내려갔던 이정후는 전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될 만큼 타격감이 무너진 상태였다. 휴식이 약이 됐을까. 이날 완전히 달라진 타격을 펼쳤다. 타율은 0.240에서 0.246(313타수 77안타)으로, 출루율과 장타율도 0.311, 0.393에서 0.315, 0.406으로 상승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721이 됐다.

KBO에서 천적의 면모를 보였던 메릴 켈리(당시 SK)를 상대로 1회초 2사 1루 첫 타석에서 초구 직구를 강하게 때려 시속 101.3마일(163㎞)로 117.9m를 비행했다. 미국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 타구는 빅리그 30개 구장 중 15곳에선 홈런이 될 수 있는 타구였다. 담장을 직격하고 타구가 멀리 튀어나오며 이정후는 1,2루를 통과해 3루까지 파고들었다. 그 사이 1루 주자는 여유롭게 홈을 향했다.

4회초에도 다시 한 번 켈리를 공략했다. 풀카운트에서 가운데로 몰리는 6구 체인지업을 강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이번에도 타구 속도는 시속 102.2마일(약 164.5㎞)의 빠른 타구였다.


켈리와 3번째 대결에선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8회초엔 바뀐 투수 제이크 우드포드의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구 커터를 받아쳐 내야 안타를 만들어냈다. 빠른 타구에 1루수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며 포구에 실패했다.

이정후가 3일 애리조나전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가 3일 애리조나전 안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3안타를 만들어낸 이정후는 9회 다시 타석에 섰다.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 1·2·3루타와 홈런을 모두 작성하는 것)까지 홈런만이 남은 상황에서 이정후는 작정한 듯 타구를 걷어올렸으나 104m를 뻗어간 공은 중견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2장타는 28일, 3안타도 57일 만에 나온 기록이다. 그만큼 타격감이 저조했다. MLB닷컴은 "이정후가 부진을 탈출하며 자이언츠가 연장 10회 접전 끝 애리조나를 제압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이언츠 중견수 이정후에게 지난 몇 달은 순탄치 않았다. 5월 8일 이후 타율 0.182에 그쳤지만 이날 다시 한 번 야구계 최고의 타자 중 하나로 돌아왔다"고 호평했다.

KBO리그에서 통산 타율 1위(0.340)에 오른 이정후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1538억원)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이정후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투자였다.

지난해 수술대에 오르며 조기에 시즌을 마감했지만 올 시즌 초 4월까지 타율 0.319, OPS(출루율+장타율) 0.908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후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MLB닷컴은 "이정후는 KBO에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시즌 동안 모두 타율 0.300 이상을 기록했다"며 "이번 부진은 그의 프로 경력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이날 활약이 더 반가웠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런 경기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정후 또한 그간의 부진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정신적으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매일 경기를 한다. 설령 부진한 경기가 있더라도 내일 다시 경기를 치러야 한다. 정신력을 유지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안타를 날리고 타구를 바라보는 이정후. /AFPBBNews=뉴스1
안타를 날리고 타구를 바라보는 이정후. /AFPBBNews=뉴스1
타격감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경우도 많았다. MLB닷컴에 따르면 이정후는 이러한 불운이 부진과 연관돼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한 흐름이 정신적으로도 부담으로 이저졌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됐다는 것이다.

이정후는 "오늘 경기를 시작으로 7,8,9월이 저에게 좋은 달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제부터 팀을 돕고 보답해야 한다"고 전했다.

3루타를 시작으로 2루타, 단타를 날렸다. 사이클링 히트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작정한 듯 타구를 퍼올렸다.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이정후는 "그때는 몰랐다. 어차피 장타를 날릴 상황이 아니었다"며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CBS스포츠도 "이정후가 슬럼프에서 벗어났다"고 전하며 이정후가 이날 3루타로 빅리그에서 이 부문 단독 2위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NBC스포츠 또한 "원정경기에서 1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팻 버렐 타격 코치는 최근 그의 스윙에 고무돼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그의 장기적인 슬럼프가 팀의 전반적인 공격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자이언츠는 그를 상위타선에 배치하고 싶어하지만 6월 타율은 0.143에 그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타격은 샌프란시스코는 물론이고 이정후 자신에게도 커다란 자신감이 될 수 있다. NBC스포츠는 "자이언츠는 최근 종종 원정에서 검은색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다"면서 "이정후는 이번 원정 기간 내내, 심지어 이번 주말 뜨거운 새크라멘토의 날씨에서도 이 유니폼을 계속 입자고 요청할지 모른다"고 전했다. 단 한 경기였지만 그만큼 이날 이정후의 활약은 희망을 품기에 충분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정후(왼쪽)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이정후(왼쪽)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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