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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김진경 대기자 |
로하스 주니어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홈 경기에서 4번·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KT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좌완 정현우를 상대로 스위치 히터의 장점을 가감 없이 발휘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로하스 주니어는 3회말 무사 만루에서 중견수 뜬공 타구로 희생플라이 1타점을 올렸다. 그렇게 타격감을 예열한 로하스 주니어는 5회말 1사 1루에서 정현우의 시속 123㎞ 체인지업을 통타해 위즈파크 장외로 넘겼다. 비거리 135m의 시즌 11호 포였다.
이로써 개인 통산 175번째 아치를 그린 로하스 주니어는 타이론 우즈(전 두산)를 넘어 KBO 외국인 타자 최다 홈런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틀 전 홈런으로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한 그는 이번엔 KBO 역사를 바꿨다.
8년 전만 해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로하스 주니어는 2017년 6월 9일 조이 모넬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총액 40만 달러에 영입됐다. 입단 당시 메이저리거 아버지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외국인 스위치 히터라는 점이 화제가 됐을 뿐, 많은 홈런이 기대되지 않았다. 당시 김진욱 전 KT 감독은 "장타자가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로하스는 타석에서 서두르지 않는다. 스윙 메커니즘이 독특하지만, 콘택트 능력이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그러나 데뷔 보름 만인 2017년 6월 28일 청주 한화전에서 KBO 첫 홈런을 쏘아 올린 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맞히면 넘어가는 타구에 차츰 자신감을 얻었고 7월 5홈런, 8월 8홈런으로 개수를 늘려가면서 홈런 타자로 각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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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KT 입단 당시 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스타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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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김진경 대기자 |
리그 최정상에 올라온 뒤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KBO리그 성적을 바탕으로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로 이적했으나, 2년간 149경기 타율 0.220, 17홈런 48타점, OPS 0.697로 실패를 맛봤다. 이후 도미니카 윈터리그, 멕시코 리그, 독립 리그를 떠돌다 지난해 다시 KT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해 144경기 전 경기 출장해 타율 0.329(572타수 188안타) 32홈런 112타점, OPS 0.989로 KT를 극적인 가을야구로 이끌었으나, 올해는 또 달랐다. 세월의 흐름은 피할 수 없었고 둔화된 배트 스피드에 자신감마저 잃으며 지난달 21일에는 재활이 아닌 이유로 처음 2군으로 강등됐다. 이강철 KT 감독은 충분한 휴식과 함께 타격감을 천천히 끌어올릴 수 있도록 배려했고, 로하스 주니어는 복귀 후 첫 시리즈에서 2개의 홈런으로 팀을 2연승을 이끌고 그 믿음에 보답했다.
KBO 막내 구단 KT의 역사는 로하스 주니어 영입 전·후로 나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로하스 주니어가 중심을 잡으면서 KT는 그의 MVP 시즌을 기점으로 5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향하는 가을야구 단골팀이 됐다.
또한 한동안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 실패만 맛봤던 KT는 로하스 주니어를 기점으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선수의 워크 에식(직업 윤리 및 태도)과 팀에 녹아드는 친화력에도 높은 점수를 부여하면서 실패 확률을 낮췄다. 로하스 주니어의 성공이 있어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7년 차 장수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35)가 존재했고, 한국의 아픔에 누구보다 공감했던 웨스 벤자민(32)이 나올 수 있었다.
올해도 KT(42승 3무 38패)는 1위 한화(46승 2무 33패)와 4.5경기 차, 6위 SSG(40승 3무 38패·이상 3일 경기 종료 기준)와 1경기 차 5위로 힘겨운 5강 싸움 중이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함께 올라선 로하스 주니어가 있어 KT는 든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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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멜 로하스 주니어.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