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볼넷→3실점, 볼넷→투런포' 5억팔 신인의 실패,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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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정현우가 3일 KT전에 선발 등판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정현우가 3일 KT전에 선발 등판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프로야구 지도자들은 흔히 볼넷보다 안타를 맞는 게 낫다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나 그 투수가 경험이 적은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정현우(19·키움 히어로즈)가 몸소 안 좋은 예를 보여주며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정현우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97구를 던져 5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2탈삼진 5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2연승 뒤 3연패. 그러나 결과보다도 과정에서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그 어느 때보다도 뼈아픈 투구가 됐다.

지난해 전체 1순위로 키움의 선택을 받고 계약금 5억원에 도장을 찍은 정현우는 시즌 전부터 초반까지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신인이었다.

시속 150㎞를 손쉽게 뿌리는 투수들이 많지만 정현우는 정교한 제구와 위력적 변화구, 담대한 태도를 앞세워 '완성형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3월 26일 데뷔전에서 8안타 7볼넷을 허용하며 6실점(4자책)했지만 홍원기 감독은 정현우가 5이닝을 막아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결과 122구를 뿌리긴 했지만 정현우는 데뷔전부터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다.

역투를 펼치는 정현우.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역투를 펼치는 정현우.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후엔 점차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3경기 연속 5이닝 투구를 했는데 투구수를 몰라보게 줄여나갔다. 피안타는 물론이고 볼넷을 7개에서 5개, 1개로 줄이며 같은 이닝이지만 훨씬 경제적으로 막아내는 발전된 면모를 보였다.

어깨 통증으로 2개월 가까이 휴식을 취했던 정현우는 지난달 8일 LG전에 복귀해 5이닝 무사사구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올 시즌 들어 가장 이상적인 투구라고도 볼 수 있었다.

15일 두산전에선 볼넷이 하나에 그쳤으나 수비 실책 속에 결국 5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강판됐는데 27일 삼성전에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호투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이날 투구는 이전 좋았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1회말 안타 2개를 맞고도 KT의 중심타선을 범타 처리하며 마쳤고 2회에도 볼넷을 하나 내줬지만 실점없이 마무리했다.

3회 투구가 스스로는 물론이고 보는 이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첫 타자 김상수에게 좀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5구 만에 볼넷을 허용한 정현우는 김민혁도 다시 볼넷으로 내보냈다. 최근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안현민에게도 쉽게 승부를 펼치지 못했다. 3연속 볼넷을 허용했고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멜 로하스 주니어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선취점을 내줬고 이후 더블스틸을 막아내지 못하며 1사 2,3루에 몰린 뒤 문상철에게 2타점 중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후 허경민을 병살타로 돌려세워 더욱 아쉬움이 남은 이닝이었다.

정현우가 투구를 펼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정현우가 투구를 펼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4회는 다시 16구, 4타자 만에 막아냈으나 5회 볼넷이 다시 화근이 됐다. 1사에서 다시 안현민을 맞았고 이번엔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으나 7구 하이 패스트볼이 바깥쪽으로 빠지며 안현민의 방망이를 유혹해내지 못했다. 이어 로하스에게 1-2로 유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체인지업을 통타 당했다. 좌측 담장을 넘어 비거리 135m를 그린 초대형 홈런을 맞았다. 이는 로하스의 시즌 11번째이자 통산 175번째 홈런으로 KBO 역대 외국인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이기도 했다. 역사에 남을 홈런의 희생양이 됐다.

이후엔 또 문상철과 허경민을 가볍게 연속 범타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실점 후 어렵지 않게 타자들을 어렵지 않게 처리하는 걸 보면 왜 그 전엔 스스로 그토록 어려운 승부를 펼쳤나 의아함을 갖게 만드는 투구가 반복됐다.

결국 팀이 역전해내지 못하며 시즌 3패(2승) 째를 떠안았다. 평균자책점(ERA)은 2.67에서 3.57로 치솟았다. 더구나 신인왕 경쟁을 벌이는 안현민을 상대로 볼넷 2개를 내주며 패전까지 떠안아 더 속이 쓰린 경기였다.

정현우의 피안타율은 0.244로 국내 선발 투수 가운데 5번째 안에 드는 수준이다. 워낙 가진 게 좋은 투수라는 걸 증명하는 대목이다. 다만 잦은 볼넷은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1.56으로 피안타율과 크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

많은 감독들이 신예 투수들의 덕목으로 패기 있는 투구를 꼽는다. 아무리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를 받은 선수라도 신인은 신인이다. 너무 완벽을 요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무기로 적극적인 투구를 펼쳐야 잘 됐을 때는 자신감을 얻고 반대의 경우에도 제대로 보완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잦은 볼넷으로 인해 무너지는 경기에선 얻을 게 없다. 더구나 전체 1순위의 커다란 기대감을 안고 있는 투수이기에 더욱 가슴에 새겨야 할 교훈을 얻었다.

정현우(왼쪽)가 더그아웃에서 이승호 투수 코치에게 조언은 듣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정현우(왼쪽)가 더그아웃에서 이승호 투수 코치에게 조언은 듣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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