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오겜'→'케데헌'으로 전 세계 올킬.."韓 영화 과도기"(제29회 BIFAN) [종합]

부천=김나연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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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이 4일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진행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더 마스터 이병헌 특별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2025.07.04 /사진=김휘선 hwijpg@
배우 이병헌이 4일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진행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더 마스터 이병헌 특별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2025.07.04 /사진=김휘선 hwijpg@
배우 이병헌이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배우 특별전을 연 가운데, 한국 영화의 미래에 대해 밝혔다.

4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배우 특별전 '더 마스터: 이병헌'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병헌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병헌은 "특별전을 한다고 한 순간부터 민망함의 연속이다. 칭찬을 듣는 게 행복하면서도 민망하다. 영광스럽다. 이런 일이 또 있을까 기분이 들고 영광스러운 한편, 특별전을 할 만큼 잘해놨었나 부끄러움도 느껴진다. 막연하게 어릴 적 대선배님들께서 평생 일궈놓은 작품을 가지고 특별전을 하신다고 했을 때 정말 한 가지 일을 파고들어서 저런 위치에서 특별전 하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했는데 저에게 이런 날이 다가왔다는 게 뿌듯함도 있고 보람도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병헌은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 '번지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승),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 '그 해 여름'(감독 조근식), '악마를 보았다'(감독 김지운),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남한산성'(감독 황동혁),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등 10편을 대표작으로 선정했다.

그는 선정 이유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기준으로 하면서 이 영화는 내 영화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생각하며 선정했다. 10편의 영화를 선정해야 하다 보니까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골고루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병헌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에서 강렬한 악역 '귀마' 역을 맡아 목소리 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가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각각 시리즈와 영화 부문 정상에 올랐다.

배우 이병헌이 4일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진행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더 마스터 이병헌 특별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2025.07.04 /사진=김휘선 hwijpg@
배우 이병헌이 4일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진행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더 마스터 이병헌 특별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2025.07.04 /사진=김휘선 hwijpg@
이같은 인기에 대해 이병헌은 "저도 깜짝 놀랐다. '오징어 게임'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1위를 했는데 어리둥절하더라. '이게 어쩐 일이야'라는 어리둥절한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소니픽쳐스에서 연락이 와서 LA에 있는 본사에서 기획하시는 분들과 미팅을 가졌다. '이런 애니메이션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겠느냐'라고 하더라.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건 알지만 소니픽쳐스가 그걸 주제로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도 놀라웠고, 한편으로는 이게 진짜 전 세계에 보여졌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몇 번의 미팅을 하면서 레퍼런스를 처음 봤다. 지금은 밑그림을 그리면서 어떤 느낌일지 설명해 주더라. 그 밑그림을 보고, 지금의 완성도 있는 그림을 상상할 수는 없었다"며 "프로듀서와 감독이 어떤 뉘앙스로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고, 한 번은 같이 녹음하기도 하고, 한 번은 줌으로 녹음하면서 완성했는데 지금 이 결과는 개인적으로도 믿기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신나는 일이고, 케이팝의 위상에 새삼스럽게 놀라게 된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에 대해서는 "사실 처음 '오징어 게임'을 접했을 때 너무 실험적이라고 느꼈다. 물론 재밌기는 했다. 황동혁 감독님은 천재적인 이야기꾼이고, 그 이야기꾼이 만들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재미는 있었지만, 너무 실험적이라서 쫄딱 망하거나 크게 성공하거나 둘 중 하나, 모 아니면 도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근데 사실 이 드라마가 자극적이고, 강렬하고, 오락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슈가 다 들어가 있다. 그걸 축소해 놓은 공간이 '오징어 게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문화를 진하게 보여주는 드라마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데도 문화가 언어가 다른 전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너무 재밌게 봐준다는 건 그들도 함께 (공감대를) 나누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인간성의 부재를 전 세계 사람들이 절실하게 느끼고 있고, 그들도 이 안에 푹 빠져서 작품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배우 이병헌이 4일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진행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더 마스터 이병헌 특별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5.07.04 /사진=김휘선 hwijpg@
배우 이병헌이 4일 경기 부천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진행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더 마스터 이병헌 특별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5.07.04 /사진=김휘선 hwijpg@
이렇듯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배우인 이병헌은 영화, 그리고 극장의 위기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지금 함께 작업하는 영화인들을 볼 때마다 늘 빠지지 않는 주제가 영화의 위기, 극장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다"라며 "확실한 위기는 맞다. 탈출구처럼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게 생겼는데 얻게 되는 장점은 분명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어떤 나라에서도 이전 시대에서는 모든 영화인들의 꿈은 '나도 언젠가 할리우드에 가서 영화를 찍고 싶다' 였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훌륭한 작품을 만들면 그 순간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영화 이상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이런 성과가 생겼기 때문에 영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또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도 해본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정답은 없지만, 과도기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30년 넘게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이병헌은 "이번 특별전을 통해서 영화를 선정하면서도 '참 많은 작품을 찍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실로 다가오진 않는다. 그래서 약간 괴리가 느껴진다"면서 "저는 딱 성인이 되는 순간부터 연기를 했다.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연기를 했고, 그 시간이 제가 살아온 시간의 절반이 넘는다. 어렸을 때는 제 진짜 모습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답변이 어렵지 않았다. 근데 오랜만에 그 질문을 들으니까 멍해지는 상황이 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많은 역할을 하면서 그리고 배우로서 살면서 '이 많은 캐릭터를 다 짬뽕시킨 게 어쩌면 나일까?', '내 원래 성격이 어땠지?'하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더라. 결국 캐릭터와 제가 계속 주고받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새로운 캐릭터를 하면서도 나도 약간씩 변해가는 걸 무시할 수 없고, 캐릭터도 실제 나의 영향을 받겠지만, 나도 캐릭터에게 받는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은 몇천가지의 캐릭터가 이미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연기를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제29회 BIFAN은 다음 달 3일부터 13일까지 부천시 일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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