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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이 4일 고척 키움전을 승리로 이끈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한화 이글스 중심타자 노시환(25)이 계속된 부진에도 더 나을 후반기를 기대했다.
한화는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키움에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47승 2무 33패를 기록한 한화는 같은 날 KIA에 패한 롯데(45승 3무 35패)와 2경기 차로 벌리면서 선두를 질주했다.
에이스 코디 폰세가 7이닝(103구) 5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승패를 가른 건 노시환의 홈런이었다. 노시환은 양 팀이 1-1로 맞선 9회초 1사에서 조영건의 시속 145㎞ 직구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비거리 120m의 시즌 16호 포. 이 점수를 키움이 뒤집지 못하면서 한화는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노시환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홈런이었다. 노시환은 이 홈런으로 15홈런의 박동원(LG)을 제치고 국내 타자 중 홈런 1위에 올랐다. 전체 1위 르윈 디아즈(삼성)의 27홈런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외국인 타자들의 강세 속에 홈런 부문 톱3을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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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이 4일 고척 키움전 9회초 좌월 솔로포를 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이어 "지금은 홈런 생각은 딱히 안 하고 있다. 그거보단 타율이 많이 신경 쓰인다. 타율 3할을 치고 싶다는 목표는 없었지만, 너무 안 좋다. 감독님도 내게 '타율은 2할 6푼만 쳐도 되고 대신 홈런을 30개 이상 쳐라'라고 하시지만, 타율이 이렇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2023년 30홈런 101타점으로 국가대표 4번 타자로 성장한 노시환은 이후 성장세가 더디다. 지난해 20홈런 89타점에 그쳤고 올해는 82경기 타율 0.228(312타수 71안타) 16홈런 5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3으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6월 타율 0.213, 7월 타율 0.125로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스스로 득점권 찬스가 오면 번트를 대야겠다는 각오를 할 정도로 절박했다.
노시환은 "솔직히 말하면 9회초 선두타자가 (채)은성 선배님이길래 출루하시면 나는 사인이 안 나와도 번트를 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타격감이 안 좋고 팀은 어떻게든 한 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랬는데 선배님이 아웃돼서 큰 거 하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삼진을 당하든 홈런을 치든 과감하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들어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어 "폰세가 정말 잘 던져줘서 어떻게든 이 경기를 잡고 싶었고 8회 수비 후 미팅에서 선배님들도 '오늘(4일) 꼭 연장 가지 말고 잡자'고 했다. 이런 힘든 경기를 잡아야 분위기가 넘어온다. 그런 경기를 내가 끝낼 수 있어 기뻤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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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이 4일 고척 키움전 9회초 좌월 솔로포를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노시환은 "한결 마음이 편했다. 원래 4번이라는 자리가 부담 있진 않았는데 최근에 워낙 안 좋다 보니 무게감이 느껴졌다. 6번으로 나가면서 그랬던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평소 담담한 성격으로 잘 알려진 노시환은 슬럼프 탈출을 위해 그간 했던 노력을 이례적으로 털어놓았다. 그만큼 1위 팀 4번 타자에게 가해진 압박감은 상상 초월이었다. 노시환은 "정말 안 해 본 것이 없다. 다른 선수 배트도 들고 나가 보고, 2023년 잘했을 때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 그런데 안 될 때는 무얼 해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때로 돌아가려 해도 매년 상대하는 선수가 다르고 내 몸 상태도 달랐다. 선배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는데 오히려 '옛날 생각에 젖어 있지 말라'고 하시더라.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내가 다르니 과거에 좋았던 것만 따라가려 하면 오히려 안 된다고 했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달라져야 한다고 했고 내 것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맞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다 문제였다. 타이밍이 늦으니까 결과가 안 나오고, 결과가 안 나와서 타격폼에서 문제를 찾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결론적으로 일단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많은 연습이 답이라고 느꼈다. 계속 연습하면서 좋았을 때 느낌을 찾으려고 하는데, 이제 조금씩 올라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을 이었다.
4번 타자의 슬럼프에도 한화는 선두를 달리며 전반기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팀원들의 고군분투에 자신의 부진이 더욱 신경 쓰였을 터. 하지만 노시환은 언젠가 자신이 팀에 도움이 될 날이 오리라 믿는다.
노시환은 "나도 프로 와서 1위를 이렇게 계속하는 게 처음이다. 그래서 지키는 방법보다는 그냥 매 경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꼭 잡으려 한다. 줄 경기는 주고 이길 경기는 단합해서 꼭 잡으려 한다. 그런 부분은 김경문 감독님이 잘 관리해주신다. 그게 최근 우리 팀이 잘 되는 비결 같다"며 "내 전반기 성적은 그냥 마음에 안 든다. 팀에 너무 보탬이 못됐는데 후반기에는 나 때문에 더 이길 수 있도록 한 번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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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이 4일 고척 키움전 9회초 좌월 솔로포를 치고 미소 짓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