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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H조 최종전에서 북한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AFC 제공 |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타지키스탄 파미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H조 최종전에서 말레이시아를 무려 6-0으로 대파했다. 이날 승리로 북한은 예선 3전 전승, 무려 26득점·무실점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H조를 1위로 통과했다. 각 조에 한 장씩 주어진 본선행 티켓은 북한의 몫이었다.
나란히 예선 2연승을 거둔 두 팀의 맞대결은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이 걸린 외나무다리 맞대결이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북한은 무려 9위, 말레이시아는 102위일 정도로 객관적인 전력 차가 컸다. 실제 앞서 말레이시아가 각각 1-0으로 꺾었던 팔레스타인, 타지키스탄을 상대로 북한은 각각 10-0 대승을 거뒀다. 이 격차는 결국 맞대결 6-0 대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말레이시아가 꿈꾸던 25년 만의 본선 진출도 무산됐다. 말레이시아는 2001년 대회를 끝으로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대회 예선을 통해 그 한을 풀어보려 애썼으나, 느닷없이 북한이 예선에 참가한 데다 하필이면 예선에서 같은 조에 묶이는 불운을 겪었다. 예선에 참가한 팀들 가운데 FIFA 랭킹 9위 북한 다음으로 랭킹이 높은 팀이 37위 베트남일 정도로 북한의 예선 참가는 그 자체로도 다른 팀들엔 악몽이었는데, 그 악몽이 말레이시아에 찾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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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H조 최종전 경기 모습. /사진=AFC 제공 |
북한이 지난 2022년 대회에서 기권한 여파가 결국 이번 대회 예선 참가, 나아가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팀들의 악몽으로 이어졌다. 당시 북한은 코로나19를 이유로 아시안컵 예선 참가를 기권했고, 자연스레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대회 본선에선 중국이 우승을 차지하고, 한국이 준우승, 일본이 4강에 각각 올랐다. 한국과 중국, 일본은 직전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본선에 직행했다. 반면 예선에서 기권했던 북한은 자연스레 예선으로 떨어졌다.
말레이시아 현지에선 25년을 기다려 온 본선 진출 실패에 대해 아쉬움을 삼키면서도, 그래도 세계적인 강팀으로 꼽히는 북한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고 맞선 것에 대해 박수를 보냈다.
현지 매체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말레이시아 여자축구는 예선 내내 투지를 보여줬고, 팔레스타인과 타지키스탄을 연파했다. 무자비한 북한을 상대로도 맞서 싸웠다"며 "비록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지만, 강팀인 북한을 상대로 보여준 선수들의 저항은 칭찬할 만했다. 고개를 숙일 게 아니라 고개를 한껏 들어 보일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조엘 코넬리 감독은 "북한은 우리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고, 준비도 더 잘 돼 있었다"면서 "그래도 우리가 달성한 성과에 자랑스럽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개 팀이 참가하는 2026 여자 아시안컵 본선은 내년 3월 호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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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H조 최종전에서 북한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AFC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