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마다 "Choi 덕분" 18년 차 베테랑 포수도 낯선, 한화에는 말 한마디로 감동 주는 에이스가 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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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가 최재훈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가 최재훈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내가 잘 던진 건 Choi(최재훈) 덕분이다."

한화 이글스 에이스 코디 폰세(31)가 수훈선수 인터뷰 때 습관처럼 취재진에게 하는 말이다. 이렇게 등판마다 포수를 챙기는 외국인 투수는 18년 차 베테랑 포수 최재훈(36)에게도 낯선 일이었다.


한화 구단은 지난 5일 폰세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휴식을 줬다. 그러면서 폰세는 18경기 11승 무패 평균자책점 1.95, 115⅔이닝 161탈삼진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마지막까지 압도적인 구위를 보여주며 부상 이력으로 인한 주위의 우려를 완벽하게 불식시켰다.

폰세는 4일 고척 키움전에서 7이닝(103구) 5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1실점으로 한화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마지막 7회까지 시속 157㎞의 빠른 공을 던지면서 다승, 평균자책점, 이닝, 탈삼진 부문 리그 1위 자리를 사수했다.

이날도 폰세의 수훈선수 인터뷰는 단짝 최재훈에 대한 감사인사로 시작했다. 폰세와 최재훈은 올 시즌 18경기 중 17경기 108⅔이닝을 함께했다. 폰세는 "7이닝까지 던질 수 있었던 건 최재훈의 좋은 리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재훈의 좋은 볼 배합이 아니었다면 계속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항상 자신을 언급해주는 폰세에 최재훈은 머쓱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후 고척에서 만난 최재훈은 "투수가 그렇게 언급해주면 포수로서는 고맙다. 포수는 묵묵하게 투수를 이끌어야 하는 포지션이고 그런 이야기는 안 나와도 괜찮다. 그래도 그렇게 폰세가 언급해주면 더 힘이 난다. 더 준비를 잘하려 노력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오른쪽)가 노시환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오른쪽)가 노시환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최재훈에 대한 폰세의 애틋함은 3일 대전 NC전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최재훈은 4회말 좌익수 쪽 2루타를 친 뒤 2루로 슬라이딩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어깨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곧바로 심우준과 교체됐고 다음 날인 4일 경기에도 정상 출전해 9이닝 모두 소화할 정도로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폰세는 깜짝 놀란 심정을 전했다.

폰세는 "난 순간 패닉에 빠졌다. 그래서 우리 트레이너에게 가서 '최재훈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트레이너가 아니라고 (농담)해서 그때 더 패닉이 왔다"고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알고 보니 트레이너의 농담이었다. 그래서 난 절대 그런 농담은 하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상황에 대해 최재훈은 "계속 날 찾아와서 괜찮냐고 묻더라. (농담 삼아) 안 괜찮다고 하니까 내가 염증약 주겠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최재훈은 화곡초-덕수중-덕수고 졸업 후 2008년 육성 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18시즌째 프로 생활을 하고 있는 베테랑 포수다. 그를 거친 외국인 투수들이 수도 없이 많지만, 폰세처럼 그를 믿어주는 선수는 보기 드물었다.

최재훈은 "포수를 워낙 잘 믿어준다. 한 경기 고개를 젓는 일이 2~3번 정도로 거의 없다. 나도 폰세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게 해준다. 믿어주는 만큼 나도 부응하기 위해 준비도 많이 하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가운데).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가운데).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또한 절대 남 탓을 하지 않는 점을 폰세의 장점으로 봤다. 최재훈은 "점수 줄 때마다 내가 사인을 잘못 냈다며 미안하다고 하는데, 폰세는 자신의 공이 몰려서 맞은 거라고 한다. 내게 항상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고 밝혔다.

말 한 마디로 감동을 주는 에이스는 한화에 한 명 더 있다. 폰세와 함께 이글스 구단 역사상 최초로 전반기 외인 동반 10승에 성공한 '대전 예수' 라이언 와이스(29) 역시 전담 포수 이재원(37)에게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6일 고척 키움전에서 10승을 달성한 와이스는 수훈선수 인터뷰가 다 끝난 뒤, 취재진에게 "한 마디 더 하고 싶다"며 먼저 말을 꺼냈다. 와이스는 "5일 경기가 끝나고 이재원 선수가 우리 선수단 단체 톡방에 '내일 와이스 선발이니까 야수들이 집중해서 무조건 10승 만들어주자'라고 격려의 글을 올렸다. 그 부분에서 정말 고마움을 느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더 이재원 선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올해 한화가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배터리 덕분에 한화는 이후 키움전을 스윕하고 49승 2무 33패로 빙그레 시절인 1990년(30승 23패·승률 0.566), 1992년(38승 1무 21패·승률 0.644)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한화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이재원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이재원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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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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