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포 날린 베테랑의 사과, 김광현-최정에 모두 "미안하다" 왜 고개를 숙였나 [인천 현장인터뷰]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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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한유섬이 8일 KT전 결승 홈런을 날려 승리를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SSG 한유섬이 8일 KT전 결승 홈런을 날려 승리를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미안하지만..."

김광현에게 한 번, 최정과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한 번. 결승 홈런을 때려내고도 한유섬(36·SSG 랜더스)은 고개를 숙였다.


한유섬은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6회말 결승 투런 홈런을 날려 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팀이 1-1로 팽팽히 맞선 6회말 타석에 선 한유섬은 최근 KT 불펜의 핵심 투수로 활약 중인 이정현을 상대로 무사 1루에서 2구 한복판으로 쏠린 시속 131㎞ 체인지업을 때려 비거리 125m 좌중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한유섬의 홈런에 힘을 얻은 타선은 6회말 3점을 더 추가해 대승을 완성했다. 마무리 조병현까지도 아낄 수 있었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은 "투수진의 릴레이 호투와 6회말에 터진 (한)유섬이의 투런 홈런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선수단 고생 많았다"며 "팽팽한 흐름 속에서 유섬이의 홈런은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고 팀 전체에 승리의 분위기를 불어넣었다"고 칭찬했다.

한유섬이 6회말 투런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한유섬이 6회말 투런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경기 후 만난 한유섬은 "(김)광현이 형이 꾸역꾸역 잘 던지고 있는데 득점 지원이 안 돼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거짓말처럼 광현이 형이 내려가고 또 쳐줘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평균자책점(ERA) 4.18로 지난해(4.93)에 비해 반등했으나 12승(10패)을 챙겼던 것과는 달리 승리를 쉽게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5승 7패. 이날도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한유섬은 "계속 미안하다고 하면 광현이 형도 짜증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할 때 한 번씩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선발 투수가 이닝을 많이 소화해 주길 바라며 득점 지원을 해줘서 승리 투수가 되기를 바라 야수들의 마음인데 올해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아서 투수들에게 많이 미안하다"며 "저희는 항상 준비를 잘 하고 어떻게든 잘 쳐보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그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탄탄한 마운드에도 타선의 부진 속에 상위권 도약에 애를 먹고 있는 SSG다. 최정과 에레디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게 가장 큰 타격이었으나 이날은 각각 1안타 1타점, 3안타 2타점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홈런을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는 한유섬. /사진=SSG 랜더스 제공
홈런을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는 한유섬. /사진=SSG 랜더스 제공
최정과 에레디아가 부진에 빠져 있는 동안 베테랑으로서 어깨가 더 무거웠을 한유섬이다. 그는 또 미안함을 나타냈다. "미안한 얘기지만 제 코가 석자라 지금 일단 제가 할 것에만 충실히 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최)정이 형이 부상으로 시작해 힘들어 하고 있는데 저도 정이 형 덕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조심스럽고 묵묵히 옆에서 조력자가 되려고 하고 있다. 한유섬은 "제가 감히 500홈런 타자에게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면서도 "치는 걸 보면 '이런 게 이렇게 되는 것 같다'고 원포인트식으로 이야기 해줄 때는 있다. 에레디아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무조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선수다. 너무 좋은 걸 가진 타자라 걱정 안 하고 전반기 두 경기 마무리 잘하고 휴식을 취하면 후반기에는 에레디아가 잘 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80경기 타율 0.270(285타수 77안타) 10홈런 41타점 34득점, 출루율 0.346, 장타율 0.439, OPS(출루율+장타율) 0.785. 최근 10경기 타율 0.333(36타수 12안타)로 타격감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유섬은 "준비하던 대로 하고 컨디션 조절도 잘하고 있다. 잘 맞다가도 안 맞는 게 야구라서결과가 좋은 거에 대해서는 항상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공이 왔을 때는 타자가 좋은 타격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실투가 왔을 땐 그걸 놓치지 않는 게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다"며 "그걸 최대한 안 놓치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데 최근에는 운이 많이 작용을 해서 좋은 타구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전반기 종료까지 단 2경기. 더 먼 곳을 바라본다. "매년 만족스러운 시즌은 없는 것 같다"는 한유섬은 "이제 전반기가 끝나는 시점이라 그런 걸 말씀드리기는 너무 이른 감이 있지만 두 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휴식을 잘 취해서 후반기에도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홈런을 날린 뒤 최정(오른쪽)이 한유섬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홈런을 날린 뒤 최정(오른쪽)이 한유섬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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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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