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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항공고 양우진이 지난 6월 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제3회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양우진은 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경남고를 상대로 선발 등판해 8⅓이닝 6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경기항공고의 4-3 승리에 앞장섰다. 경기항공고는 10일 덕수고와 마산용마고의 8강전 승자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과연 2026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 후보로 불릴 만한 압권의 투구였다. 양우진은 1회 2사에서 박보승에게 첫 볼넷을 내주고 이호민에게 안타에 이은 도루를 허용해 2, 3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유진준에게 시속 146㎞의 몸쪽 높은 공으로 헛스윙을 끌어내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
2회에도 1사에 안타를 맞았지만, 병살을 끌어내 세 타자로 막았고 3회부터 5회까지는 연속 삼자범퇴 이닝으로 경남고 타선을 압도했다. 7회가 가장 큰 고비였다. 유진준과 정문혁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양우진은 오지성의 땅볼로 2사 2, 3루 위기에 놓였다. 여기서 김준안을 고의4구로 내보내는 선택을 했고 이태수를 끝내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다.
고교야구 105구 투구 수 제한으로 인해 완봉은 하지 못했다. 9회말 유진준을 시속 150㎞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양우진은 원투펀치 이주호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고 내려갔다.
양우진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키 190㎝ 몸무게 89㎏ 큰 체격의 양우진은 올해 9월 열릴 2026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문서준(18·장충고), 박준현(18·북일고)과 함께 톱3로 불린다.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공, 각이 좋은 슬라이더와 함께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해 경기 운영 능력이 탁월해 프로에서 빠르게 1군에 데뷔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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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항공고 양우진이 지난 6월 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제3회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
보통 드래프트가 가까워지면 자신의 응원팀을 애써 드러내지 않는 다른 유망주들과 달리 양우진은 한결같이 키움 히어로즈 팬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양우진은 "KBO에 가면 삼성의 박병호 선배님을 만나고 싶다. 어릴 때부터 키움 팬이었고 박병호 선배님을 제일 좋아했다. 박병호 선배님을 보며 야구를 시작했고 꼭 한 번 상대해 보고 싶다"고 힘줘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전체 1번 지명권을 가진 키움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조금 더 보여줘야 할 것이 많았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갈 만한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고, 투수는 불펜보단 선발 유형을 선호했다.
양우진은 불펜 가능성도 점쳐지는 유망주였다. 온 힘을 쥐어짜서 던지는 투구 메커니즘과 변화구의 구위와 완성도가 조금 더 높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양우진을 보면 장충고 시절 김윤하(20·키움)가 연상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윤하는 고교 시절 모든 구종을 평균 이상으로 던지는 완성도가 높은 유형의 우완 투수로 평가 받고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키움에 지명됐다. 그러나 프로에 와서는 결정구가 통하지 않아 아웃 카운트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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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항공고 양우진이 지난 6월 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제3회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또 다른 KBO 스카우트 B 역시 "양우진은 피지컬과 스태미나가 좋은 선수다. 공도 빠른데 경기 운영이 가능한 제구를 가지고 있다"고 호평하면서도 "아쉬운 건 프로에 통할 만한 변화구 결정구가 없다는 것이다. 프로에서 통하려면 결국엔 삼진을 잡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직구 외에는 커트 되기 쉽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올스타전 이후에도 꾸준히 호투하면서 적어도 스태미나만큼은 입증한 모양새다. 이날 경남고전에서는 몸쪽 과감한 승부와 슬라이더로 8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구위도 증명했다.
올해 KBO 신인드래프트는 확 튀는 선수가 없어 9월 5일부터 14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제32회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 만큼 양우진은 남은 두 달 동안 자신의 가치를 계속해서 증명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