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훈련량 줄여"-선수들은 "불안해서", SSG 모범적 훈련 문화... 그래도 변화는 필요하다 [인천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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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KT전에서 승리한 뒤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숭용 SSG 감독(왼쪽).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8일 KT전에서 승리한 뒤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숭용 SSG 감독(왼쪽).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선수들에게 훈련량을 줄이라고 하는데..."

이숭용(54) SSG 랜더스 감독은 훈련에 있어 자율성을 중시한다. 선수들 개개인의 루틴과 체력, 부상 위험 등이 모두 다르기에 이를 최대한 존중하며 경기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성을 찾자는 것이다.


전날 경기가 열린 SSG랜더스필드가 위치한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동엔 경기 전 섭씨 37도의 폭염이 덮쳤다. 이 감독은 야외 훈련을 생략시켰고 KT 위즈와 달리 선수들은 자율적인 환경 속에서 실내에서 훈련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경기에서도 7-1 대승을 거뒀다.

이날도 무더위는 이어지고 있다. 최고 35도까지 치솟는 더위로 인해 전날에 이어 실내 훈련을 지시했다.

경기 전 만난 이 감독은 "오늘도 실내에서 훈련을 했다. 선수들이 최대한 집중할 수 있게끔 감독으로서 도와주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 부분을 신경 많이 썼다"고 말했다.


SSG는 85경기를 치러 43승 39패 3무, 5위를 달리고 있다. 4위 KIA 타이거즈를 1.5경기 차로 쫓고 있다. 최정과 기예르모 에레디아 등 타선이 아직 완전치 않은 상황이기에 후반기 더 치고 올라갈 동력이 남아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팀 평균자책점(ERA) 3.40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를 잘 유지하는 게 후반기 반등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더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 관건이다.

이 때문에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특별한 주문을 하고 있다. 무언가를 더 하라는 게 아닌 덜어내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에게 훈련량을 줄이라고 한다. (최)정이 (한)유섬이를 비롯해 (최)지훈이, (박)성한이 모두 경기에 포커스를 맞추게끔 스스로에게 맡겨둔다. 자기만의 루틴과 노하우가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

8일 경기 7회 득점한 최지훈(왼쪽)에게 이숭용 감독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독려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8일 경기 7회 득점한 최지훈(왼쪽)에게 이숭용 감독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독려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지난해 이 감독 부임 후부터 줄곧 강조했던 내용이지만 아직까지 선수들은 100% 받아들이진 못하고 있다.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될까'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선배들이 솔선수범해 열심히 훈련하는 분위기를 조성해둔 영향도 있다. 감독으로서 굳이 하나하나 지시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굴러가니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더 극적인 변화를 원했다. "우리 선수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은 완전히 못 받아들인다. 불안해서 그렇다는 것"이라며 "'밥만 먹고 배트를 돌렸는데 그걸 불안해하면 어떡하냐'고 한다. 몸에 힘이 있어야 집중력이 발휘된다. 안 맞을수록 오히려 연습량을 줄이라고 한다. 체력은 훈련을 할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치들도 다 쉬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분위기로 인해 '자율'에 맡겨두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게 이 감독의 말이다. "트레이닝 코치들이 '우리는 자율로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다 나온다'며 강제로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런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람 몸엔 한계가 있다. 잘 쉬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경기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다. 특히나 이런 시기엔 훈련을 안하고도 경기를 뛸 수 있게끔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훈련은 선수가 발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 감독도 이러한 대전제에는 동의했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한 생각은 확실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 "훈련량을 가장 많이 가져갈 때는 가을캠프다. 훈련량도, 웨이트나 뛰는 것도 가장 많이 한다. 스프링캠프 땐 조금씩 고참과 어린 선수들의 차이를 두지만 시범경기부터는 다시 훈련을 많이 했다"며 "시즌 초에도 오후 1시부터 훈련을 시작했고 그러면서 6월부터는 조절을 해주면 연습한 게 계속 나온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주전급 선수들의 경우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시즌 중엔 정식으로 훈련을 할 수 있는 기히 자체가 적은데 경기에 나서는 기회가 많지 않아 이를 통해 주전급들을 넘어설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잘 이뤄지고 있기에 최정과 에레디아 등이 다쳤을 때에도 잘 버티며 5위를 지키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도 이 감독은 8월을 승부처로 꼽았다. 폭염으로 인해 선수단의 체력 문제가 생기는 시기이고 이 때를 잘 버텨야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SSG는 9월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여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감독은 더 의식적으로 훈련량을 줄이라고 지시하며 긴 호흡으로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6회말 홈런을 터뜨리는 한유섬.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6회말 홈런을 터뜨리는 한유섬.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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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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