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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로하스(오른쪽)이 9일 SSG전에서 안현민의 홈런 이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
KBO리그에서 6번째 시즌을 뛰고 있는 장수 외국인 선수.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고 우승도 경험했다. 어느덧 외국인 타자 최다 홈런(177홈런) 기록까지 보유 중이다. 그런 멜 로하스 주니어(35·KT 위즈)의 입에서 묻지도 않은 답이 나왔다.
로하스는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방문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3타점 3득점 활약을 펼쳤다.
로하스의 멀티홈런은 지난 4월 19일 키움전 이후 처음이다. 0.253에 그쳤던 시즌 타율도 0.258(299타수 77안타)로 끌어올렸다. 더불어 OPS(출루율+장타율)도 이제야 0.801로 올라섰다.
KBO리그를 처음 경험한 2017년 18홈런을 기록한 로하스는 이후 4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2018년엔 43홈런, MVP를 차지한 2020년엔 47홈런을 폭발시켰고 지난해에도 32홈런을 기록했다.
그렇기에 반환점을 지난 상황에서 11개의 홈런에 그치고 있는 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이날 2회 비거리 135m짜리 초대형 우중월 솔로포를 쏘아 올리더니 5회엔 7-1로 달아나는 투런포를 일찌감치 팀에 승기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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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홈런을 날리고 있는 로하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
더울수록 강해지는 로하스는 역시나 폭염이 찾아오자 강한 면모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경기 후 로하스는 "날씨가 더워지면 잘한다는 걸 머릿속에서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보니까 맞는 것 같다"며 "날씨가 더워지고 울산에 다녀온 뒤로 페이스가 올라왔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런 좋은 부분이 계속 유지되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린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일단 올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안 되는 부분을 계속 조정을 하려고 했는데 그게 결과값으로는 안 나왔지만 계속 몸 상태에 맞춰 결과를 내려고 하고 있었다"면서 "안현민 선수가 결정적으로 여러 가지 부분에서 도움을 줬다. 그게 결과값을 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오늘 경기도 그렇고 홈런 기록을 경신한 경기부터 조금씩 홈런이 나오고 타격감도 올라오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커리어는 물론이고 KBO리그 경험만 해도 로하스가 훨씬 더 풍부하다. 2022년 신인인 안현민은 1군에서 데뷔도 하지 못한 채 입대했고 이후 지난해 전역해 올 시즌 중고 신인 자격으로 신인왕 타이틀을 노리고 있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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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을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는 로하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
더 놀라운 건 신인 선수가 MVP를 수상했던 타자에게 먼저 다가와 도우미를 자청했다는 것이다. 로하스는 "안현민 선수가 먼저 와서 이런저런 부분들을 같이 훈련을 해보자고 말했다. 그것에 맞춰 훈련을 했고 그게 최근 경기에서 결과로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져 있지만 올 시즌 최고 히트상품 안현민의 존재는 타선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홈런 포함 16개의 홈런을 터뜨렸고 타율 0.354(212타수 75안타), 출루율 0.465, 장타율 0.651, OPS 1.116으로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로하스 또한 '안현민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그는 "시즌 초반 안현민 선수가 없었을 때는 아무래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격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고 내가 타점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하려고 하다 보니까 더 틀어졌고 결과값이 안 나오는 것도 있었는데 안현민 선수가 컨디션이 좋고 투수들이 쉽게 루상에 내보내니까 그 뒤에 장성우 선수나 제가 확실히 편하게 타격을 할 수 있고 투수들 입장에서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강타자가 나왔을 때 어렵게 가면서 실수할 확률이 높아져 확실히 체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팀 타율은 0.257로 6위, 홈런은 61개로 7위에 머물고 있다. 현재 SSG와 승차 없는 6위로 밀려 있는데 후반기 반등을 위해선 타선도 전반적으로 살아나야 한다. 로하스가 그 불씨를 당겼고 강백호도 7월말 쯤엔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안현민이 버티고 있어 전반적인 상승 효과를 더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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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로하스. /사진=안호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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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왼쪽)가 안현민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강영조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