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손가락 욕설에도 '솜방망이' 처벌뿐, 연맹 상벌위 '또' 황당 징계 수위 논란

김명석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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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FC 박동진(왼쪽 노란색 박스)가 지난달 29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전 직후 손가락 욕설을 하는 장면.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공식 유튜브 IUFC TV 채널 영상 캡처
김포FC 박동진(왼쪽 노란색 박스)가 지난달 29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전 직후 손가락 욕설을 하는 장면. /사진=인천 유나이티드 공식 유튜브 IUFC TV 채널 영상 캡처
김포FC 박동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포FC 박동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상대 외국인 코치를 향해 노골적으로 손가락 욕설을 한 박동진(31·김포FC)에게 출장정지 없이 제재금 징계만 내린 것이다. 연맹 상벌 규정상 사실상 최저 수준 징계라, 솜방망이 징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연맹 상벌위는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제6차 상벌위원회를 열고 박동진에게 제재금 250만원의 징계를 확정했다. 상대 코칭스태프에게 손가락으로 욕설을 한 것에 대한 징계 처분이다. 연맹 상벌 규정에는 폭언·모욕·협박하는 행위를 할 경우 2경기 이상 5경기 이하의 출장정지 또는 2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하게 돼 있다. 연맹 상벌위는 박동진에게 사실상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린 셈이다.


사건은 지난달 29일에 벌어졌다.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18라운드 김포와 인천 유나이티드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박동진은 경기 막판 큰 부상을 당했던 상대 선수 문지환을 살피기 위해 인천 벤치쪽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박동진은 인천 외국인 코치인 아벨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김포 소속의 어린 볼보이들도 이 장면을 지켜봤다.

당초 윤정환 인천 감독의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진 박동진의 손가락 욕설 논란은, 이후 인천 벤치쪽을 촬영하던 인천 구단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공개됐다. 박동진은 아벨 코치가 먼저 욕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영상엔 박동진이 손가락 욕과 함께 영어 욕설을 하는 장면만 담겼다.

연맹은 이후 구단 당사자들의 경위서와 목격자 진술서, 관련 영상 등을 토대로 상황을 살펴본 뒤 박동진만 상벌위에 회부했다. 앞서 윤정환 인천 감독이 "상대팀 지도자들한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선수로서 갖춰야 될 인성 문제"라며 일침을 가한 것처럼,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상대 코치진을 향한 노골적인 욕인 만큼 징계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박동진은 직접 상벌위에 출석해 당시 상황에 대해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상벌위는 출장정지 징계 없이 제재금 250만원만 내렸다. 이어 아벨 코치가 박동진과 언쟁을 벌인 것으로 판단한 상벌위는 인천 구단에 공문을 보내 엄중 경고와 함께 재발 방지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당한 징계 수위라는 비판 목소리 속 박동진은 결국 제재금 징계만으로 이번 논란을 넘어갈 수 있게 됐다. 고정운 김포 감독은 손가락 욕설로 논란이 된 이후에도 박동진을 꾸준히 출전시키는 등 사실상 경기 출전과 관련된 구단 내부 징계도 없는 상황이다.

김포FC 박동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포FC 박동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조남돈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 /사진=뉴스1
조남돈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 /사진=뉴스1
연맹 상벌위의 솜방망이 징계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지난달엔 지속적으로 재정건전화 규정 위반을 한 광주FC 구단에 제재금 1000만원에 선수 영입 금지 1년·집행유예 3년 징계를 내려 축구계를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다. 재정건전화는 연맹이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 온 규정이고, 그래서 다른 구단들 역시 더욱 철저하고 처절하게 지킨 규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지속적으로 어긴 광주 구단이 받은 실질적인 징계는 사실상 1000만원의 제재금 징계뿐이라 논란이 일었다.

자연스레 상대 코치를 향한 박동진의 노골적인 손가락 욕설이나, 광주 구단의 지속적인 재정건전화 위반에 대한 징계 수위는 이제 선례로 남게 됐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안들인 데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연맹 상벌위 차원에서 더욱 신중하고 무겁게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했으나, 되려 솜방망이 징계가 기준점이 된 셈이다.

정반대로 연맹 상벌위가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안이 있다. 심판이나 판정과 관련해 상벌위에 회부됐을 경우다. 당장 이날 박동진과 함께 상벌위에 회부된 유병훈 FC안양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심판 판정과 관련해 언급했다는 이유로 박동진의 제재금보다 두 배 많은 500만원의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엔 판정에 대해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이기제(수원 삼성)에게 제재금 150만원 징계가 내려졌는데, 당시 부심은 이기제에게 욕설을 했다고 주장한 반면 이기제는 이를 끝까지 부인하고도 연맹 상벌위의 제재금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2009년 이천수도 부심에게 주먹감자를 했다가 무려 6경기 출장정지에 600만원의 제재금, 홈 3경기 페어플레이기 기수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천수와 박동진의 차이는 욕설의 대상이 각각 심판과 상대팀 코치였다는 점인데, 결과적으로 징계 수위는 판이하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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