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KBS 드라마는 신인작가들이 제대로 사고 쳤다?
상반기의 고등학교를 비롯해 직장, 사랑, 부성애 등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라인업이 시청자들과 만났다. 진부함이 아닌 참신했으며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 KBS 2TV '학교2013', '직장의 신', '비밀'을 빼놓을 수 없다.
세 작품의 공통점이 있다면 단막극 출신의 신인작가들이며 시청률 역시 성공적이었다. 미니시리즈 집필은 이번에 처음인 신인작가들은 강점으로 꼽히는 파격, 참신함으로 안방극장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신인작가도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을 입증했다.
◆10대들의 현실세계 '학교2013'
지난해 12월 방송된 KBS 2TV 새 월화드라마 '학교 2013'(극본 이현주 고정원 연출 이민홍 이응복)이 서울시내 178개 고등학교 중 최하위권인 승리고등학교 학생과 교직원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기간제 교사 장인재(장나라 분), 스타강사 강세찬(최다니엘 분)이 2학년2반 공동담임을 맡으면서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빵셔틀'(학교매점에서 빵을 사다주는 학생), '일타강사'(학원가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억대연봉을 받는 선생), 대입입시로 등장한 논술특별반 등 교육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실감나게 풀었다.
이현주, 고정원 작가의 시너지가 발휘됐다. 작품 집필을 위해 실제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경험하거나 학생, 학부모, 교사 등 현장에 있는 이들의 취재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 냈다. 숱하게 쏟아지는 막장 속에서 담담하게 스토리를 이끌었다.
특히 고남순(이종석 분)이 한영우(김창환 분) 전학가게 되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며 읊조린 부분, 고남순이 박흥수(김우빈 분)에게 미안함을 표하며 과거 경기도 일짱인 것을 밝힐 때 '서사'를 활용한 부분, 7일 방송분에서 정인재가 학생들에게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을 말해준 것은 가슴 먹먹함을 자아내게 했다.
이현주 작가는 지난 2010년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스페셜 나는 나비'를 시작으로 MBC '심야 병원', KBS 2TV '보통의 연애',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각각 집필했다. '보통의 연애'의 경우 수많은 드라마 마니아를 양산해냈다.
고정원 작가는 MBC '심야 병원' 이후 '학교2013'으로 이름을 알렸다. 두 작가는 단막극으로 먼저 기초를 마련했다.
◆직장인들의 애청작 '직장의 신'
상반기 히트작으로 지난 4월 방송된 '직장의 신'을 빼놓을 수 없다. '직장의 신'은 2007년 일본 NTV에서 방송된 '만능사원 오오마에'가 원작으로, 큰 틀만 가져왔을 뿐 철저하게 한국 직장문화를 깨알 같이 표현했다. MBC '즐거운 우리 집' 이후 3년만의 드라마 복귀인 김혜수가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선택한 작품이었다.
'직장의 신'은 한국 직장문화와 로맨스를 적절하게 섞어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배우들의 호연도 있었지만 윤난중 작가의 필력도 한몫했다. 숱한 명대사, 명장면도 탄생했기 때문. 직장인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냈다.
윤난중 작가 역시 단막극으로 먼저 출발했다. 윤작가는 지난 2010년 KBS 2TV '드라마스페셜 위대한 계춘빈'. '달팽이 고시원'으로 시작했다. 이때 '위대한 계춘빈'의 연출은 이응복PD, '달팽이 고시원'은 김진원 PD가 각각 맡았다. 이후 케이블채널 tvN '꽃미남 라면가게'를 집필했고 2년 만에 '직장의 신'으로 정극 데뷔했다.
윤 작가의 특징은 일상생활에 소소한 부분들을 잘 캐치해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승화시킨다는 점이다. 덕분에 김혜수의 미스 김 연기와 궁합이 잘 맞았다.
◆웰메이드 격정멜로 '비밀' /b>
'비밀'은 재벌2세의 남자가 사랑하는 연인을 살해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독한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 작품이다. 회를 거듭할 수록 흡입력 전개와 연출, 배우들의 무르익은 연기라는 3박자가 고루 갖춰 호평을 얻었다.
첫 방송 전에는 동시간대 경쟁작들이 쟁쟁한 만큼 결과를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콘텐츠와 입소문이 제대로 통했음을 입증한다. 또한 신인작가만이 할 수 있는 참신함과 도전이 빛을 발했다.
그 중에서도 유보라, 최호철 작가를 빼놓을 수 없다. 작품은 지난 2011년 KBS TV 단막극 극본 공모 최우수상 수상작이다. 기본 스토리가 좋았던 만큼 내부적으로 장기간 '비밀프로젝트'를 진행했다.
KBS 2TV '드라마스페셜'의 '연우의 여름', '상권이', '저어새, 날아가다', '태권, 도를 아십니까'를 집필한 유보라 작가, 신인 최호철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그 중에서도 유작가의 '상권이'는 6.8%(닐슨,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업계에서 촉망받은 유 작가는 드라마스페셜을 통해 조금씩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호철 작가는 '비밀'이 첫 정극이지만 작품 탄생에 일등공신이다.
드라마국 관계자는 최근 스타뉴스에 "올해 신인작가들이 역량을 잘 발휘해줬다. '비밀'은 정통멜로극으로 첫 단계부터 자신이 있었다. 지금 상위권이라고 해서 안주하기보다 첫 호평을 보내주신 때처럼 퀄리티 유지를 하는 것이 시청자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다"고 밝혔다.
김성희 기자 shinvi7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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