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가맹점주는 생각했다.
"계약기간동안 열심히 장사한 뒤 계약이 끝나면 내 가게에서 내 브랜드를 걸고 배운 걸로 장사해야지."
계약 종료 1개월 후 동일한 점포에서 간판만 바꿔 비슷한 메뉴로 영업을 시작했는데, 가맹본부로부터 5000만원의 위약금 청구소송을 당했다. 계약서에 경업금지 조항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진짜 문제가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가맹사업이 확대되면서 계약 종료 후 경업금지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판례들을 분석하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모두가 알아야 할 법률적 쟁점들을 정리해본다.
경업금지, 어디까지 유효한가?
경업금지 약정은 가맹본부가 투자한 브랜드 가치와 영업 노하우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동시에 가맹점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그 유효성은 늘 법적 논쟁의 중심에 선다.
판례는 일관되게 합리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한 하급심 사건에서 법원은 "가맹본부가 상호 지명도 유지, 판촉 등을 위해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투입했고,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을 보장해준 점"을 고려하여 1년간의 경업금지 기간을 합리적이라고 보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계약서에 '다른 장소'에서의 경업을 금지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음에도, 법원이 '동일 장소'에서의 경업도 당연히 금지된다고 해석한 부분이다. 계약의 문언뿐 아니라 전체적인 취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약벌'과 '손해배상 예정액'의 결정적 차이
계약서에 '위약벌'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별도의 손해배상 예정 조항이 존재하는 경우, 법원은 해당 금액을 위약벌로 판단한다. 문제는 위약벌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는 점이 인증되지 않는 한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해당 사건에서 가맹점주는 "5천만 원이 과다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월 매출의 50% 수준이고, 브랜드 가치 보호 필요성을 고려하면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다"며 전액을 인정했다.
반면, 손해배상 예정액에 대해서는 법원이 과다하다고 판단하면 감액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의 고의성과 경업으로 얻은 이익이 크면 감액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1심에서 3천만 원으로 감액됐다가, 항소심에서 다시 5천만 원 전액으로 환원된 사례도 있다.
계약서에 없는 동업자도 책임진다
디저트 카페를 동업으로 운영하던 사례에서, 계약서에는 한 명만 서명했지만 법원은 조합대리 법리를 적용해 서명하지 않은 동업자에게도 경업금지 의무를 인정했다. "나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동업자의 항변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실무상 가맹계약을 동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판례는 모든 동업자가 계약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준다.
경업금지가 무효가 되는 경우
모든 경업금지 약정이 유효한 것은 아니다. 세탁업 프랜차이즈에서 "2년간 전국 어디서든 동종·유사 업종 금지"라는 조항이 문제였다. 법원은 지역적 제한이 전혀 없음 (전국적 금지), 금지 업종의 범위가 불명확 ('유사 업종'이 모호), 보호할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 부재 (단순 노하우 수준), 과도한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 별도의 대가 없음을 이유로 해당 약정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실무적 제언, 가맹본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
경업금지 조항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기간과 지역을 합리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1년, 반경 1~5km 수준이 무난하다. 3년, 전국 단위는 무효 위험이 크다. 둘째, 보호하려는 영업비밀이나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문서화하는 것이 좋다. "특별한 기술이 없다"는 판단을 받으면 조항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셋째, '위약벌' 조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일반적인 손해배상 예정 조항과 별도로 규정하면 감액을 막을 수 있다. 다만 금액은 월 매출의 50~100% 수준이 적정하다. 넷째, 동업 형태의 가맹점이라면 모든 동업자를 계약 당사자로 명시하거나, 최소한 동업 관계를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실무적 제언, 가맹점주가 고려해야 할 사항
계약 체결 전 반드시 다음을 확인해야 한다. 첫째, 경업금지의 기간, 지역, 업종 범위를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국 단위, 3년 이상, 모호한 업종 정의는 협상을 통해 수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위약벌'과 '손해배상 예정액'을 구분하는 것이 좋다. 위약벌은 감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계약 종료 후에는 경업금지 기간을 엄격히 준수하여야 한다. 특히 동일 장소에서 간판만 바꾸는 행위는 가장 위험하다.
마치며
가맹계약은 창업의 꿈과 생계가 걸린 중요한 법률관계다. 특히 경업금지 조항은 계약 종료 후에도 수년간 영향을 미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몰랐다"는 변명은 법정에서 통하지 않는다. 계약서 한 장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5천만 원의 위약금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을 받기를 권한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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