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업 관계에서 갈등이 깊어질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선택지는 상대방 동업자 대표이사 해임이다. "대표이사는 언제든 해임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절차를 서두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표이사 해임은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니라, 잘못 진행할 경우 회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고위험 법률 행위라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이사 해임을 둘러싼 분쟁의 상당수는 '해임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만 집중한 나머지, '해임 이후 어떤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실제 실무에서는 대표이사를 해임한 회사가 오히려 피고가 되어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대표이사 해임을 논의할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개념은 '대표이사직 해임'과 '이사직 해임'이다. 두 조치는 외형상 유사해 보이지만, 법적 효과와 리스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표이사직 해임은 말 그대로 대표권만 박탈하는 조치다. 원칙적으로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되므로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이사회 결의(이사 과반수 출석, 출석 이사 과반수 찬성)로 대표이사직을 해임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인물은 여전히 이사로서의 지위는 유지하며, 판례 역시 대표이사직 해임에 대해서는 상법 제385조의 손해배상 규정을 원칙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즉, 대표이사직 해임 자체만으로는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 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이사직 해임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동업자를 회사 경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시키기 위해 이사직 자체를 박탈하려면 주주총회의 특별결의(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가 필요하며 특히 이사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해임할 경우 '정당한 이유'가 요구된다. 법원이 요구하는 정당한 이유는 매우 엄격하다. 단순한 불화, 신뢰관계의 상실, 경영 철학의 차이 등은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회사는 해임된 이사에게 잔여 임기 동안의 급여, 상여금, 퇴직금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해야 할 수 있다. 특히 동업 관계에서는 이사 보수가 적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손해배상액이 수억 원대에 이르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이 때문에 대표이사 해임이 오히려 회사 재무에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무상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는 동업계약이다. 동업자 간에 체결된 계약서에 대표이사 지위 보장, 근속 의무, 해임 시 지분 처리 방식 등이 규정되어 있는 경우, 이를 무시한 해임은 계약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동업계약의 내용을 근거로 해임 이후 주식 처분 의무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정관만을 검토한 채 동업계약을 간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이다.
대표이사 해임은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 그 자체뿐 아니라, 그 해임을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 또한 중요하다. 정관, 동업계약, 주주 구성, 이사의 임기, 그리고 정당한 이유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종합적으로 검토되지 않은 해임은 분쟁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동업자 대표이사 해임을 고민하고 있다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한 번 더 점검해야 한다. 해임은 언제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하며, 절차와 책임을 충분히 계산한 이후에 선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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