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고수해왔던 '상무부 일괄 협상' 원칙을 깨고, 개별 기업 차원의 협상을 허용했다. 이는 최근 폭스바겐(VW)이 중국산 전기차 모델에 대해 예외적인 관세 완화 혜택을 끌어낸 이후 나온 조치로, 교착 상태에 빠졌던 EU와 중국 간 무역 갈등에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1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EU 당국과 개별적으로 '최저 가격 약속(minimum-price commitments)'을 포함한 관세 면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 당국은 개별 기업이 EU와 단독으로 접촉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며, 상무부 주도의 일괄 협상만을 고집해왔다. 만약 개별 협상을 시도할 경우 국내 지원책 배제 등 강력한 불이익을 예고하며 민간 기업들을 압박해온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폭스바겐의 '쿠프라 타바스칸(Cupra Tavascan)' 사례가 도화선이 됐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해당 모델에 대해 EU 당국과 끈질긴 협상을 벌인 끝에, 최근 고율의 관세를 피할 수 있는 구제책을 승인받았다. 이는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된 최대 35%의 추가 관세 장벽을 개별적인 품질 및 가격 증명을 통해 허물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번 결정이 실익을 챙기기 위한 '실용적 후퇴'라고 평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 등으로 글로벌 무역 환경이 더욱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유럽 시장마저 완전히 폐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개별 협상이 허용됨에 따라 비야디(BYD), 지리(Geely), 상하이자동차(SAIC) 등 주요 업체들도 각자의 수출 전략과 마진 구조에 맞춰 EU와 최저 가격 설정 및 물량 제한 등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모든 갈등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EU는 여전히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개별 기업과의 협상에서도 엄격한 검증 잣대를 들이댈 방침이다. 중국 내에서도 개별 협상이 확산될 경우 자국 기업 간의 과도한 경쟁이나 정부의 통제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이번 변화를 무역 전쟁의 확전을 막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관세 대신 '최저 수출 가격'을 설정하는 방식이 합의될 경우,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다소 약화되더라도 유럽 시장 퇴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게 된다. 유럽 소비자들 역시 급격한 전기차 가격 상승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의 이번 입장 선회는 자국 자동차 산업의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자, EU와의 전면적인 경제 전쟁을 피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향후 개별 기업들이 얼마나 유리한 조건으로 EU의 승인을 받아낼 수 있을지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지형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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