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LA 다저스-신시내티전.
양 팀이 0-0으로 팽팽하던 연장 11회말. 2사 후 쿠바산 '특급 신인' 야시엘 푸이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푸이그는 커티스 파치의 2구째 체인지업(139km)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짜릿한 끝내기 홈런을 터트렸다. 푸이그의 개인 통산 첫 끝내기 홈런포였다.
환호로 뒤덮인 다저스타디움. 푸이그는 여유있게 베이스를 돈 뒤 홈을 향해 성큼성큼 뛰어오고 있었다. 홈플레이트 근처에는 이미 다저스의 많은 동료들이 몰려나와 있는 상황. 이때 푸이그는 평범하게 홈에 들어오는 것과는 달리, 슬라이딩으로 들어오며 팀 동료들의 격한 축하를 받았다. 심지어 푸이그의 유니폼까지 찢어졌다.
하지만 이날 푸이그의 슬라이딩 세리머니에 대해 설왕설래가 많다. 바로 불필요할 정도의 다소 지나친 홈런 세리머니로 신시내티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경기 후 미국 '야후 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푸이그는 "선수들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행동들이 있다. 어떤 선수들은 점프를 하며, 누구는 슬라이딩도 한다. 또 그냥 달릴 수도 있다"며 "내 쿠바 동료인 켄드리 모랄레스(30,시애틀)는 끝내기 홈런을 친 후 홈에서 점프를 하며 들어오다가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따라서 나는 슬라이딩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모랄레스는 지난 2010년 5월 시애틀전에서 연장 10회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이어 모랄레스는 홈에 점프를 하며 들어오다가 발목이 부러지는 황당한 부상을 겪었다. 당시, 모랄레스는 이 불운한 세리머니로 2년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계속해서 이 매체는 "푸이그가 홈에서 슬라이딩을 한 것은 다소 불필요한 것처럼 보인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푸이그가 야구 실력이 좋은 신인 선수임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신시내티가 이날 푸이그의 행동에 다음 다저스와의 3연전에서 보복할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또 빅리그에서 17년 동안 활약했던 좌완 투수 그렉 스윈델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푸이그의 세리머니는 매를 버는 행동일 지 모른다. 과거 배리 지토(35,샌프란시스코)도 프린스 필더(29,디트로이트)의 과격한 끝내기 홈런 세리머니를 잊지 않았다가 다음 경기 때 몸에 공을 맞힌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9월 밀워키에서 뛰었던 필더는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연장 12회 끝내기 홈런을 쳤다. 당시 밀워키 선수들은 3루 베이스를 돈 필더가 홈에 들어온 뒤 양 손을 번쩍 들자, 마치 볼링핀처럼 우르르 쓰러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결국 이 행동을 잊지 않은 샌프란시스코는 이듬해 3월 시범경기에서 필더의 등을 향해 지체 없이 빈볼을 던졌다. '홈런을 친 뒤 지나친 세리머니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불문율을 어긴 것에 대한 응징이었다.
또 과거 신시내티에서 뛰며 NL 올스타에도 선정됐던 대니 그레이브스(40,은퇴)도 거들었다. 그는 신시내티 포수 코키 밀러(37)에게 "오는 9월 다저스와의 3연전이 신시내티 홈에서 열린다. 누가 푸이그의 갈비뼈를 뚫어버릴 것인가(빈볼을 던질 것인가)? 아롤디스 채프먼으로 부탁해(Please)!"라는 트윗을 날렸다.
푸이그는 올 시즌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2(188타수 70안타) 출루율 0.417, 10홈런 23타점 7도루로 맹활약 하고 있다. 다저스에서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보배다. 팀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있어서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타 팀 입장에서 보는 푸이그는 결코 반가운 존재가 아니다.
이번 신시내티와의 4연전에서도 푸이그와의 작은 신경전이 있었다. 28일 경기 3회말 추신수가 평범한 뜬공을 잡은 상황. 이때 2루수 브랜든 필립스가 1루 주자 푸이그를 향해 2루로 뛰어 보라며 손짓을 두어 번 한 것이다. 일종의 도발이었다. 결국 푸이그는 5회 우전 안타를 친 뒤 2루 쪽으로 적잖이 뛰다가 브루스의 송구에 걸리며 아웃됐다. 1루수 보토가 빠진 틈을 타 포수 데빈 메소라코가 커버 플레이를 한 끝에 푸이그를 속인 뒤 완벽하게 잡아냈다.
다저스에서는 둘도 없는 보배인 푸이그. 하지만 이번 끝내기 홈런 후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과연 신시내티 팬과 선수들은 어떻게 봤을까. 신시내티는 푸이그, 혹은 다른 다저스 선수에게 빈볼을 던질까? 신시내티와 다저스의 재대결은 오는 9월 7일부터 9일까지 신시내티의 홈그라운드인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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