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이 21년 만에 월드리그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물리쳤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인도어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4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조별예선 E조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3-1(25-18, 25-23, 20-25, 25-22)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이 월드리그 경기에서 네덜란드를 꺾은 건 1993년 6월 11일 서울 경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팀 승리 일등공신은 박철우(삼성화재). 박철우는 이날 양 팀 최다인 26점(공격성공률 69%)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박철우는 경기 후 "네덜란드로 오기 전부터 자신이 있었는데 어제 경기는 방심하다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끝까지 집중한 게 승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철우에 이어 전광인(한국전력)이 16점을 올렸고 송명근(러시앤캐시)도 13점을 보탰다. 송명근은 특히 1세트에서만 블로킹 3개를 성공하며 전날 높이에서 뒤졌던 팀 분위기를 바꾸는 데 앞장섰다.
박 감독은 "경기 초반 목적타로 서브를 넣는 연습을 많이 했는데 연습대로 됐다. 그걸로 분위기를 끌고 올 수 있었다"며 "(세터) 이민규(러시앤캐시)도 많이 안정이 됐다. 기량뿐 아니라 마음이 안정된 것 같아 믿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민규는 "어제 속공을 많이 썼는데 점유율은 높았지만 질(質)이 좋지 못했다. 오늘은 내 범실을 줄이려고 노력했고 형들이 잘 도와줬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1세트부터 목적타 서브를 바탕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8-3으로 첫 번째 테크니컬 작전 타임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세트를 따냈다. 1세트 공격 성공률이 67%에 달할 정도로 선수들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선수들의 집중력은 2세트 역전극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세트 중반 11-17까지 뒤졌으나 최민호(현대캐피탈)의 블로킹으로 16-19를 만들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본격적인 추격 역시 박상하(상무)의 블로킹에서 나왔다. 이 블로킹으로 21-22를 만든 대표팀은 상대 세터 니미르의 범실(오버네트)로 22-22동점을 만들었고, 송명근이 득점을 성공하며 23-22로 역전에 성공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역전을 허용한 뒤 리시브가 흔들렸고 결국 25-23으로 세트를 가져왔다.
3세트를 20-25로 패하며 숨을 고른 대표팀은 4세트 중반까지 11-11로 네덜란드와 시소게임을 벌였다. 막판 승부를 가른 건 집중력 차이. 박철우가 터치아웃을 이끌어내며 한국이 12-11로 재역전에 성공하자 네덜란드 선수들이 허둥대며 스파이크가 라인 바깥으로 벗어나기 시작했다. 리시브도 흔들렸다. 한국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17-13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그 뒤로 꾸준히 앞서 나간 한국 대표팀은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1시간 47분 만에 승리를 따냈다.
이로써 한국 남자 대표팀은 네덜란드와의 역대 전적 7승 33패, 1993년 이후 월드리그 맞대결에서 2승 18패를 기록하게 됐다. 네덜란드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 한국은 체코로 옮겨 4, 5일 오후 10시 50분(한국시간) 3주차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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