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렌데일(미국 애리조나주)=이상희 통신원] "초이(최지만), 가지 마요. 벌써 가면 안 돼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직장폐쇄 99일 만인 11일(한국시간) 새로운 단체협약에 합의했다. 선수와 팬들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지만(30·탬파베이)과 함께 운동하는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대학 야구팀 선수들은 노사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이내 한숨을 지었다. 더 이상 최지만과 함께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직장폐쇄 기간 메이저리그 야구장과 관련시설을 이용할 수 없었던 최지만은 미국으로 돌아온 지난달 19일부터 글렌데일 대학 야구팀과 함께 배팅 연습을 했다. 하루 1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지만은 대학 선수들에게 틈틈이 타격 폼을 지도해주거나 메이저리그 생활에 대한 궁금증 등에 답을 해주기도 했다.
또 최지만은 자신에게 장소와 시간을 내어준 대학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매주 금요일마다 피자 30판을 쐈다. 기자가 글렌데일 대학을 찾은 이날은 현지시간 10일 목요일이었으나, 다음 날 대학 선수들이 원정 경기를 떠나게 돼 있어 하루 앞당겨 '피자 파티'가 열렸다.
함께 피자를 먹으며 야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메이저리그 직장폐쇄가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학 선수들 사이에서 갑자기 "노(No)"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최지만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 더 이상 금요일마다 '무료 피자'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이제는 함께 훈련하며 여러 조언을 듣고 정을 나누지 못하게 됐다는 아쉬운 마음이 더 크게 담겨 있었다.
최지만은 대학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내년에 또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에드 트루히요 글렌데일 야구팀 감독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2016년부터 매년 대학 선수들에게 피자를 사주거나, 야구용품을 나눠주는 초이(최지만)가 너무 고맙다. 올해는 부상 없이 건강한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최지만은 20여 일간의 애리조나 개인훈련을 끝내고 13일 소속팀 탬파베이의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는 "협상이 타결돼 좋긴 하지만 스프링캠프 일정이 너무 조급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심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선수협회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선수들은 12일부터 자발적으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수들은 의무적으로 13일까지 캠프에 입소해야 된다. 미국 취업비자가 필요한 선수들은 예외규정을 적용 받는다.
스프링캠프 경기는 18일 시작돼 다음달 6일에 끝난다. 정규시즌은 4월 8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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