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면승부 펼치려고 했다."
한국에서 그랬듯이 일본에서도 장발을 흩날리며 마운드로 뛰어왔다.
무사 만루 절체절명의 위기. 부산 사나이의 선택은 그저 정면 승부였다. 결과는 대성공. 주인공은 한국 대표팀 베테랑 투수 김원중(롯데)이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7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펼쳐진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와 최종 평가전에서 7-4로 승리했다.
한국이 7-2까지 달아난 가운데, 8회말 한신의 공격. 강속구 사이드암 정우영(LG)을 상대로 한신 타자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사토가 추격의 중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점수는 7-3.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하라구치가 정우영을 상대로 2루타를 뽑아내며 기세를 더욱 올렸다. 1루 쪽에 자리한 한신 팬들의 응원 소리가 계속해서 커지기 시작했다. 비록 평가전이었지만 한신의 승리를 염원하는 일본 팬들의 함성이 오사카 교세라 돔을 휘감았다.
그래서였을까. KBO 리그서 많은 원정 경기를 경험한 정우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노우에와 시마다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에 몰린 것. 더 이상 정우영을 놔둘 수는 없었다. 이강철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최고 위기 상황서 사령탑이 선택한 카드는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었다.
지난 시즌 43경기에 출전해 2승 3패 17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3.98을 마크한 김원중. 한신의 타자는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이토하라 켄토였다. 승자는 김원중. 이토하라를 병살타로 유도하며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만들어냈다. 비록 3루주자가 홈으로 들어왔지만, 1점차 승부가 아니었기에 최상의 결과라 할 수 있었다.
기세를 탄 김원중은 후속 와타나베를 루킹 삼진 처리한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3루쪽 한국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은 목이 터지라고 소리를 내며 김원중을 반길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원중은 "그저 잘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올라갔다. 돌아가는 것보다는 정면 승부를 펼치려고 올라갔다"고 입을 열었다.
위기 상황에서 더욱 커졌던 한신 팬들의 응원. 부담이 되지는 않았을까.
"한국에서도 원정 경기에 가면 그런 응원을 많이 듣는다. 적응이 많이 돼 있다. 그런 거 하나하나 신경 쓰면 못 던진다."
땅볼을 유도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빠르게 승부해 아웃카운트를 늘리려고 했다."
이어 주먹을 불끈 쥔 장면에 대해 그는 "잘 막았다. 그런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시다시피 팀 분위기가 좋다. 적응하는 과정이다. 오늘 잘 됐고, 앞으로 더욱 잘 될 것"이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이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장발. 전날(6일) 오릭스전에서도 등판했던 김원중의 장발은 일본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 그래요?"라고 되물은 김원중은 "중스컴(김원중+팀 린스컴)이라 불러주십쇼"라며 시크하게 웃었다.
그는 "원래 마무리는 경기 중 갑자기 준비해서 나가는 보직이다. 그렇게 나가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른 KBO 리그 선수들보다 WBC 대회를 위해 일찍 몸 상태를 끌어 올리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자칫 시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원중은 "일어나지 않은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착실히 경기를 준비하는 게 저의 할 일이다. 이 대회만 생각한다. 여기서 몸 다치지 않고 잘 마무리한 뒤 시즌을 생각하겠다. 그건 나중 일"이라면서 굳은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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