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민-김재호 떠난 뒤... 포화가 된 두산 내야, '명품 내야수'가 만드는 세대교체

발행:
안호근 기자
지난달 8일 김재호(가운데)의 은퇴식에서 52번이 적힌 유니폼을 물려받고 있는 박준순과 지켜보는 이유찬(왼쪽)과 오명진.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지난달 8일 김재호(가운데)의 은퇴식에서 52번이 적힌 유니폼을 물려받고 있는 박준순과 지켜보는 이유찬(왼쪽)과 오명진.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도 순식간에 세대교체가 완벽히 이뤄졌다. 두산 베어스 내야가 그토록 원하던 순간을 맞이했다.


두산은 지난 몇 년간 내야 세대교체를 꿈꿨다. 그러나 꿈은 번번이 실패로 이어졌다. 허경민(KT)과 김재호(은퇴)의 뒤를 넘겨 받을 이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야심찬 목표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그 끝은 아쉬움으로 점철되곤 했다.


지난 두 시즌과 달리 올 시즌은 가을야구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5위 KT와 승차는 8경기에 달하는 9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소득은 그동안 그토록 꿈꿔온 내야 세대교체를 완벽히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2일 이승엽 감독의 자진 사퇴와 함께 소방수로 나선 조성환(49) 감독 대행은 그동안 붙박이 주전으로 뛰었던 베테랑 등을 2군으로 보냈고 젊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기 시작했다.


조성환 대행은 부임과 함께 센터라인을 고정시켰다. 내야에선 유격수로 이유찬(27), 2루수로 오명진(24)에게 안정적인 선발 기회를 마련해줬고 이는 이들이 부담감을 내려놓고 더욱 날아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오명진은 6월 이후 타율 0.317로 훨훨 날아오르고 있고 부상이 겹치긴 했으나 이전까지 2루, 3루, 심지어는 외야에서도 뛰었던 이유찬은 두산의 내야의 중심을 든든히 잡는 유격수로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수비하는 이유찬.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조 대행은 이유찬에 대해 "집중력이 많이 생기고 한편으로는 여유도 많이 생겼다. 시야도 넓어졌다"고 평가했고 오명진을 향해선 "많이 성숙해졌다. 특히 타석에서 결과가 안 좋으면 수비에 나가서도 영향이 있었는데 그런 것도 많이 없어졌다. 예를 들면 타격 결과가 안 나오면 '수비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고 올해 풀타임이 거의 처음이지만 여러 면에서 잘 성장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가장 극명한 차이는 올 시즌 1라운드 지명 내야수인 박준순(19)의 쓰임새다. 박준순은 지난달 김재호의 은퇴식에서 52번이 적힌 유니폼을 직접 넘겨 받는 특별한 경험까지 했다. 조 대행 부임 이전까지 1군에서 7타석의 기회만 받았던 박준순은 이후 꾸준히 기회를 얻었고 현재 두산에서 가장 돋보이는 야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타율 0.311(177타수 55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751로 활약하고 있다. 출전 기회 대비 실책(19개)이 매우 많기는 하지만 데뷔 시즌이고 빼어난 타격 능력을 고려하면 기대가 훨씬 더 큰 상황이다. 현재로선 허경민이 떠난 3루 자리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이유다.


이 밖에도 지난해 신인 임종성(20)이 타율 0.277로 맹활약했고 양석환이 부진하며 자리를 비운 1루 자리는 강승호(31)와 김민석(21)을 번갈아 기용하며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선 박계범(29)이 타율 0.296으로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안재석(23)도 1군 콜업이 코앞인데 조성환 대행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안재석은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어느 곳 하나 큰 구멍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성환 대행은 "1루 연습은 따로 하지 않은 것 같고 유격수와 3루수만 연습을 했는데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현재 두산 내야가 탄탄해졌다는 방증이다.


두산 오명진.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조성환 대행은 현역 시절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두 차례나 수상한 명품 내야수였다. 은퇴 후엔 2018시즌부터 2020시즌까지 두산의 코치로서 수비를 책임지며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2019년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이후 한화 이글스로 떠났던 그는 2023년 다시 팀으로 돌아왔고 팀을 잘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행 자리에 올랐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수비, 특히나 내야진을 빠른 시간 내에 완벽히 재구성해냈다.


내야만큼은 두산의 상징과 같은 화수분을 재구축했다. 누구 하나 빠지더라도 빈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자원이 풍부해졌고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나이대가 30대 이하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팀의 미래까지도 몰라보게 밝아졌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아가 이는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에 내야수를 꾸준히 지명했던 것으로부터 더 자유로워 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당장 다음달로 다가온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대적으로 내야수보다는 투수나 외야수나 포수에 더 중점을 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커다란 이점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슬라이드

키, 정규 3집 'HUNTER'로 컴백
한국 첫 내한한 팀 '웬즈데이'
'악마가 이사왔다' 이상근 감독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소녀시대 총출동

인기 급상승

핫이슈

연예

BTS→TXT→CORTIS 빅히트 6년만 新보이그룹

이슈 보러가기
스포츠

손흥민 벌써 LA 데뷔전... MLS 정복 시작됐다

이슈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