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공격수 우스만 뎀벨레(27)가 2024~2025시즌을 빛낸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우뚝 섰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 시절만 하더라도 이른바 '역대급 먹튀'로 불리며 추락하던 그는 이제 축구사에 남을 '대반전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뎀벨레는 2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2025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라민 야말(18·바르셀로나) 등을 제치고 발롱도르 1위의 영예를 안았다. 발롱도르는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상으로 축구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자 축구 선수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수상자는 전 세계 축구기자 100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프랑스풋볼에 따르면 뎀벨레는 지난 2024~2025시즌 공식전 60경기에 출전해 37골 15도움을 기록했다. PSG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며 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컵), 트로페 데 샹피옹(슈퍼컵) 우승 등을 이끌었다. 프랑스 국적 선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건 2022년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이후 3년 만이자 역대 6번째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유럽축구 역대 최악의 먹튀로 손꼽혔던 선수였기에, 뎀벨레의 발롱도르 수상은 더욱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인생역전 스토리를 직접 쓴 것이다.
프랑스 스타드 렌 유스 출신인 그는 스타드 렌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거치면서 유럽 최고의 재능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결국 지난 2017년 8월 무려 1억 4800만 유로(약 2431억원·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의 이적료를 통해 도르트문트를 떠나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8년 전 그의 이적료는 지금까지도 유럽축구 역대 이적료 3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 이적 이후엔 추락을 거듭했다. 부상이 워낙 잦았던 데다 플레이 기복마저 심해 구단과 팬들의 실망이 커졌다. 이적 첫 시즌부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단 17경기 출전에 그쳤고, 2019~2020시즌엔 겨우 5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단 한 시즌도 리그 출전 시간이 2000분도 채 넘기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6시즌 동안 185경기에 출전해 40골을 넣는 데 그쳤다. 이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횟수만 15차례나 됐다. 엄청난 이적료와 맞물려 역대 최악의 먹튀로 불렸던 이유였다.
결국 그는 2023년 여름 불과 5000만 유로(약 822억원)의 이적료를 통해 PSG로 이적하며 프랑스 무대로 복귀했다. 바르셀로나 이적 당시 이적료의 1/3 수준으로 시장가치가 크게 깎였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PSG 이적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적 첫 시즌엔 리그1 3골 8도움에 머물렀지만, 측면이 아닌 최전방 공격수 등 전방에서 자유로운 역할을 맡은 2024~2025시즌엔 리그1에서만 21골 6도움을 기록하는 그야말로 무서운 활약을 펼쳤다. 덕분에 그는 한 시즌 눈부신 활약을 앞세워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인 발롱도르의 영예를 안았다.
발롱도르 수상자로 선정된 뒤 단상에 오른 뒤 눈물을 펑펑 쏟은 뎀벨레는 "혼자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이룬 성과라고 생각한다. 동료들에게 고맙다. 저를 영입해 준 나세르 알켈라이피 PSG 회장을 비롯해 아버지 같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면서 "스타드 렌과 도르트문트 등 제가 뛴 모든 클럽에 감사드린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서는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같은 선수들과 뛰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편 뎀벨레와 더불어 유력한 발롱도르 후보로 거론되던 2007년생 라민 야말은 뎀벨레에 밀려 첫 발롱도르 영예를 다음으로 미뤘다. 대신 10대 선수로는 최초로 발롱도르 포디움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21세 이하(U-21) 발롱도르로 불리는 코파 트로피는 2년 연속 수상했다. 뎀벨레와 라민 야말에 이어 비티냐(PSG),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하피냐(바르셀로나)가 3~5위에 올랐다. 남자 감독상은 엔리케 PSG 감독, 야신 트로피는 PSG에서 뛰었던 잔루이지 돈나룸마(26·맨체스터 시티)가 받았다.
이밖에 여자 발롱도르는 스페인 국가대표 아이타나 본마티(27·바르셀로나)가 무려 3년 연속 영예를 안았고, 여자 지도자상은 사리나 비흐만(네덜란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이 받았다. 아시아 선수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오르지 못했다. 아시아 선수가 마지막으로 발로도르 최종 30인 후보에 오른 건 2023년 당시 나폴리 소속이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마지막이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