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중순, 윤성빈(26·롯데 자이언츠)은 취재진에게 구속에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당시 윤성빈은 퓨처스리그에서 시속 159km까지 기록하며 강속구를 뿌렸다. 그는 "잘 모르겠다. 나왔다고는 하더라"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윤성빈은 '몸의 힘을 완전히 쓸 수 있는 투구 폼이 됐나'는 질문에 "더 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러면 160km도 나오겠다'는 말에 "만약 100%로 정립이 되고, 1군에서도 편한 마음가짐으로 던지면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얘기했다.
윤성빈 본인의 말은 3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그는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두 번이나 전광판에 시속 160km를 찍었다.
이날 롯데는 나균안의 부상으로 대체선발로 나온 박준우가 2회 들어 김성윤과 구자욱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아 2점을 내줬다. 그러자 불펜을 빠르게 투입한 롯데는 윤성빈을 먼저 마운드에 올렸다. 첫 타자 르윈 디아즈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김영웅을 삼진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
이후 3회에도 올라온 윤성빈은 1사 후 김지찬 타석에서 160km를 마크했다. 트랙맨 데이터상으로는 시속 159.6km가 나왔다. 그는 김지찬을 1루 땅볼, 강민호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윤성빈은 4회 선두타자 류지혁에게는 4구째 몸쪽 낮은 보더라인에 꽂히는 시속 160km 강속구를 뿌렸다. 이번에는 트랙맨 상으로 시속 160.2km, 분당 회전수(rpm) 2424의 '진짜' 160km였다. 또 한 번 엄청난 기록을 보여주자 관중석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류지혁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후속 세 타자를 잘 잡은 윤성빈은 5회 2아웃에 내려가기 전까지 삼성 타선을 3이닝 2피안타 3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윤성빈이 3이닝 이상을 던진 건 지난 2018년 5월 20일 사직 두산전(5이닝) 이후 무려 7년 4개월 만이다.
팀이 10-9로 승리한 후 김태형 롯데 감독은 "윤성빈이 160km의 직구를 앞세워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줘 승리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경기 후 윤성빈은 "오늘 마운드에서 구속이 나온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홈 최종전 꼭 이기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이 몸에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홈 경기는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남은 원정 경기가 있다. 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얘기했다.
올 시즌은 윤성빈에게는 의미 있는 한해였다. 지난 2017년 롯데에 입단한 그는 이듬해 1군에 데뷔 후 미래 선발 자원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부상과 부진 등이 겹치면서 1군에서 단 3경기 등판에 그쳤다. 이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나 했던 그는 올 시즌 2군에서 준수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첫 등판이었던 5월 20일 사직 LG전에서는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로 인해 손을 벌벌 떠는 모습도 보였고, 결국 1이닝 9실점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한 달의 담금질을 거친 후 불펜으로 돌아와서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짧은 이닝을 소화하며 강속구와 포크볼이 빛을 발했다. 그러면서 7년 만에 승리를 거두는 등 희망을 보여줬다.
윤성빈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올해가 야구를 제대로 한 첫해였던 것 같다. 제구가 좋지 않음에도 믿고 등판시켜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며 "투수 코치님들도 늘 저에게는 쓴소리보다 힘이 되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그 배려를 잊지 않고, 마운드에서 보답하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윤성빈은 "올해는 어떤 해보다 뜻깊은 해이다. 지금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앞으로 매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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