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부처' 오승환(43·삼성 라이온즈)이 마침내 21년 프로 생활을 마쳤다. 그리운 어머니를 떠올리며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오승환은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 종료 후 은퇴식을 거행했다.
지난 8월 초 은퇴를 발표한 오승환은 지난달 28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를 시작으로 KBO 역대 3번째 은퇴투어를 진행했다. 한화 이글스(8월 31일), KIA 타이거즈(9월 10일), SSG 랜더스(9월 18일, 대구), NC 다이노스(9월 18일), LG 트윈스(9월 20일), KT 위즈(9월 21일), 롯데 자이언츠(9월 26일), 키움 히어로즈(9월 28일)를 거쳐 드디어 은퇴식이 다가온 것이다.
오승환은 30일 기준 KBO리그 통산 738경기에서 44승 33패 427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을 거뒀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세이브 1위 3연패를 하는 등 통산 6차례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거치며 통산 549개의 세이브를 따냈다.
경기 전 오승환은 은퇴선수 특별 엔트리를 통해 약 3개월 만에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동안 "팀이 우선이다"라며 오승환의 투구 가능성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던 박진만 삼성 감독은 30일 경기 전 "게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나가면 9회에 나가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동료들은 오승환의 등판을 위해 힘을 냈다. 1회말에는 르윈 디아즈가 KBO 역대 최초 50홈런-150타점의 순간을 3점 홈런으로 장식했고, 5회와 8회 한 점씩 올리면서 5-0까지 도망갔다.
9회초가 되자 오승환을 상징하는 학교종 소리와 함께 N.EX.T(넥스트)의 'Lazenca, Save Us'가 흘러나왔다. 불펜 선수들의 도열을 받고 마운드에 올라온 그는 대타 최형우와 승부를 펼쳤다. 초구부터 시속 142km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오승환은 4구째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KBO 738번째 등판을 기록한 그는 선수들의 인사를 받으며 마운드를 내려갔고, 팬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보냈다.
삼성은 5-0으로 승리했고, 오승환은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 나와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손승락 등 1982년생 동갑내기 친구들과 인사를 했다. 장내 정리 후 오승환의 20년 프로 커리어를 정리하는 영상이 송출되면서 마침내 레전드의 은퇴식이 거행됐다.
과거 삼성 왕조 시절 코치였던 오치아이 에이지 현 주니치 투수코치의 목소리가 들린 후, 오승환은 외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마운드 앞 단상까지 천천히 걸어나왔다. 양현종(KIA)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과 삼성 주장 구자욱, 이종열 삼성 단장, 그리고 유정근 삼성 구단 대표이사가 차례로 오승환에게 선물을 증정했다.
이어 영상편지가 속속 도착했다. 국제대항전에서 자주 맞붙은 다르빗슈 유를 필두로 과거 메이저리그(MLB) 팀 동료인 야디어 몰리나와 애덤 웨인라이트, 놀란 아레나도, 찰리 블랙몬, 한신 타이거즈 동료 아라이 타카히로, 후쿠도메 코스케,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은 오치아이 코치, EXO(엑소) 세훈, 다이나믹 듀오, 볼빨간사춘기, 피프티 피프티, 배우 김성균, 김강우, 마동석, 코미디언 이수지, 조세호 등 많은 사람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눈시울이 붉어진 오승환은 마이크를 잡고 고별사를 전했다. "오늘 내 진심을 직접 전하고자 한다"고 말한 그는 "온 힘을 다해 던진 공으로 팀이 승리하고 팬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행복했고 큰 희열을 느꼈다"며 "다시 태어나 또 선택의 기로에 선다해도, 주저없이 야구를 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후 삼성 구단에 고마움을 전한 오승환은 "고 이건희 회장님과 이재용 회장님, 유정근 사장님 그리고 구단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하며 "늘 함께 땀흘리며 싸운 동료들, 그리고 늘 맞서 싸워준 상대선수들에게도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를 언급하자 오승환은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팬들의 연호에 다시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그는 올해 3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리며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은퇴투어를 진행하면서 정말 많은 꽃을 받았는데, 생전 좋아하시던 꽃도 더 많이 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며 "오늘따라 더 보고 싶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이제 걱정 내려놓으시고 편히 쉬세요. 하늘에서도 함께 보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고 말했다.
삼성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프런트 등에게도 고마움을 전한 오승환은 "이제 유니폼을 벗지만, 여러분의 함성과 박수는 제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 함성과 박수를 그들에게 더 많이 부탁드린다"며 팬들에게 삼성 선수들을 향한 응원을 부탁했다.
긴 인사를 전한 오승환은 한국 복귀 후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포수 강민호에게 마지막 투구를 진행했다. 이어 이원석, 양의지, 박건우, 김광현, 손아섭, 류현진, 김원중, 우규민과 팀 동료 강민호, 원태인, 구자욱, 박병호, 김지찬, 최원태 등이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삼성왕조' 시절 동료 김상수, 이지영, 박해민, 박한이, 권오준, 최형우, 진갑용 등이 나왔다. 오승환은 가족의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한번 눈물을 훔쳤다.
유정근 대표에게 유니폼을 반납한 오승환은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어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는 이벤트가 열렸다. 삼성 역사상 4번째로, 그에 앞서 이만수(22번, 2003년)와 양준혁(10번, 2010년), 이승엽(36번, 2017년)이 영구결번이 됐다.
그라운드로 나와 삼성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오승환은 마운드로 올라와 선수들에게 헹가레를 받았다. 전설의 마지막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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