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 대회 4강, 2회 때는 준우승을 거뒀지만 이후 3차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결과는 모두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메이저리거들의 합류 불발, 기량 저하 등 다양한 원인이 꼽혔지만 원태인(25·삼성 라이온즈)은 선수들의 자세에서 해답을 찾았다.
야구 대표팀은 내년 3월 열릴 2026 WBC에 대비해 2일 경기도 고양시 국가대표 야구훈련장에서 첫 소집 훈련을 가졌다. 가볍게 훈련을 마친 뒤 투수조 조장 원태인이 취재진과 만났다. 올 시즌을 돌아본 원태인은 대표팀이 선전하기 위해 필요한 걸 묻는 질문에 사뭇 진지한 답을 내놨다.
원태인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가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옛날 선배님들의 경기를 보면 열정과 투혼, 또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들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을 한다. 제가 야수의 입장은 아니지만 투수의 입장으로서도 선취점이나 한 점, 한 점을 굉장히 소중히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국제대회는 많은 점수가 나지 않는 경기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투수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리거들이 참가하지 않았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나 2015 세계야구베이스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치하더라도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했었다. 2006년과 2009년 WBC가 대표적이었다.
2006년 당시 한국은 드림팀이라 불릴 만큼 빅리그 출신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박찬호와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봉중근에 오승환과 정대현, 구대성, 손민한 등 최고의 투수진을 구축했다. 야수진에서도 최희섭과 이승엽과 김태균, 김동주, 박재홍, 이병규, 이종범 등이 총출동했다.
2009년엔 류현진(한화), 김광현(SSG), 봉중근, 정현욱, 오승환, 윤석민, 임창용 등 투수진은 더욱 강력해졌고 야수진도 추신수, 최정, 이대호, 김태균, 이용규, 김현수, 정근우 등 한층 탄탄해져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써낼 수 있었다.
이후엔 아시안게임을 제외하면 WBC는 물론이고 프리미어12와 올림픽 등 어떤 대회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써내지 못했다.
선수단 면면을 따져보면 결코 뒤쳐진다고만 할 수는 없다. 투수진은 원태인을 비롯해 곽빈(두산), 문동주(한화), 손주영(LG), 오원석(KT) 등이 이끄는 선발진이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는 불펜 투수들이 즐비하다. 박영현(KT)과 조병현(SSG), 김택연(두산), 김서현(한화), 배찬승(삼성) 등의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다.
야수진에도 앞서는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했던 안현민(KT)과 김영웅(삼성), 송성문(키움)이 기대감을 키우고 무엇보다 빅리거 이정후(샌프란시스코)와 김하성(애틀랜타), 김혜성(LA 다저스)가 있다. 앞선 WBC에서 대표팀에 합류했던 토미 에드먼(LA 다저스)을 비롯해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와 SSG 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 등 한국계 미국인들의 합류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원태인은 선수들이 자신의 몸 상태보다는 국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더 전력투구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태인은 "저번 WBC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1차 캠프도 만들어진 만큼 잘 준비를 해 뒤에 시즌은 생각하지 않고 WBC에 모든 걸 쏟아 붓는 마음으로 투타에서 가리지 않고 다 열심히 빨리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3월말 시즌을 개막하던 예년과 달리 최고의 컨디션을 3월 초에 맞춰야 하는 만큼 그 과정과 그 이후 많은 부상이 뒤따라올 수 있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원태인은 더 이상 국제대회에서 뼈아픈 부진을 겪을 수 없다는 마음이 강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27·LA 다저스)의 가을야구 투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원태인은 야마모토의 투구에 대해 "진짜 말이 안 된다. 사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라고 하는데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며 "완투를 두 경기 연속하고 또 6차전에 벼랑 끝에서 팀을 구해내는 피칭을 하고 96개를 던진 투수가 7차전에 그런 투구를 펼치는 걸 보고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는 (가을야구에서) 던지고 다음날 팔을 못 들었다. 투혼을 넘어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최고의 경기를 보여준 것 같아서 존경스러운 피칭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몸을 사리지 않고 허슬플레이를 하는 것만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좋은 성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최우선시하는 것과 그러한 과정 속에서 한 발 더 뛰는 건 분명 팀에 크나 큰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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