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38)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입증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8일 올해로 3회째를 맞은 KBO 수비상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KBO 수비상은 각 구단 감독·코치 9명, 단장 등 구단당 총 11명(총 110명)의 투표 점수 75%와 수비 기록 점수 25%를 합산해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2년 연속 천만관중에 발맞춰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이 수비상에서도 눈에 띄었다. 포수 부문에서는 강민호(40·삼성), 양의지(38·두산)를 제치고 김형준(26·NC)이 자리를 꿰찼다. 3루에는 송성문(29·키움), 유격수에는 김주원(23·NC), 우익수에는 김성윤(26·삼성) 등이 새롭게 수비상의 주인공이 됐다.
묵묵히 그 자릴 지키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 베테랑도 있었다. 베테랑이 많은 KT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에이스 고영표(34)는 투수 부문 수상자가 됐고, 황재균이 1루 부문 3위, 김상수(35)가 2루 부문 3위, 허경민(35)이 3루 부문 3위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수비상 수상 실패가 이들의 가치를 떨어트리진 않는다. 수비상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 내야수 및 외야수는 팀 경기 수에 5이닝을 곱한 720이닝 이상을 해당 포지션에서 수비해야 한다. 두 개 이상의 포지션에서 경기해 합산 720이닝 이상 출장한 경우에는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포지션의 후보로 선정된다.
그런 면에서 황재균의 수비상 톱3 입후보는 대반전이라고 할 만하다. 오랜 기간 KT의 주전 3루수로 활약했던 황재균은 2025시즌을 앞두고 허경민이 4년 총액 40억 원 FA 계약으로 합류하면서 그 자릴 내줬다. KT는 황재균에게 내야 전천후 백업 유틸리티가 돼주길 기대했다. 어린 내야 유망주들에게는 그런 황재균을 이겨내고 주전으로 올라가는 자연스러운 그림을 원했다.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38세 황재균의 노력과 의지가 조금 더 절실했고 결과로 이어졌다. 정해진 포지션 없이 떠돌이 생활을 각오한 황재균은 허경민 합류 후 체중을 10㎏ 이상 감량하면서 어느 포지션이든 뛸 수 있는 몸을 다시 만들었다. 기존의 3루뿐 아니라 1루, 2루, 유격수 심지어 외야 글러브까지 챙기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시작은 2루와 외야였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2루와 외야로 연습경기를 뛰었고 정규시즌에는 1루에 정착했다. 초반 2주는 스타팅에 들어가지 못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5월 25경기 타율 0.385(96타수 37안타)로 차츰 자리를 잡았고 8~9월 타율 0.280 이상을 기록하면서 끝내 주전 자리를 굳혔다.
정규시즌 112경기 타율 0.275(385타수 106안타) 7홈런 48타점 50득점 3도루, 출루율 0.336 장타율 0.379 OPS 0.715, 득점권 타율 0.403으로 나쁘지 않은 타격 성적을 거뒀다.
수비에서도 1루수(561⅔이닝), 3루수(271⅔이닝), 2루수(11이닝), 유격수(1이닝) 순으로 총 845⅓이닝에 나섰다. 가장 많이 출전한 1루에서 수비 점수 17.5, 투표 점수 52.5로 포디움에 섰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당당히 시즌 종료 후 4번째 FA를 선언했다. 2016시즌 후 1차 FA 때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황재균은 2차 FA 때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KT와 4년 총액 88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2021시즌 첫 통합 우승을 이끈 뒤 맞이한 3차 FA에서는 4년 60억 원에 KT와 재계약했다.
경쟁력을 보여준 만큼 KT로서도 합리적인 규모에서 재계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단 현재 KT가 야수 보강을 목표로 강백호(26)와 외부 FA 한두 명도 추가로 노리고 있는 만큼 계약 소식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