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리(21·성남시청)의 금메달은 자신의 롤모델이자 대표팀 선배인 최민정(27·성남시청)의 숨은 '조력'이 있었다.
김길리는 지난 1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의 스포르트불레바르에서 열린 '2025~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4차 대회' 여자 1500m에서 2분26초306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은메달은 2분26초443의 코트니 사로(캐나다), 동메달은 2분26초568의 최민정이다.
지난주 3차 대회에 이어 4차 대회에서도 1500m를 우승한 김길리는 월드투어 여자 1500m 1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차 대회 금메달, 3차 대회 은메달에 이어 4차 대회 동메달로 3연속 메달을 따낸 최민정은 1500m 시즌 랭킹에서 사로와 함께 공동 2위에 자리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쌍두마차' 김길리와 최민정은 내년 2월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 이 종목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날 경기 전 두 선수는 칼을 간 듯했다. 올림픽 전 마지막 월드투어인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노골드에 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길리와 최민정 모두 주종목인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고픈 의지가 컸다.
5바퀴를 남기고 선수 3명이 한꺼번에 뒤엉켜 넘어지면서 김길리와 최민정, 사로의 치열한 3파전이 펼쳐졌다. 2바퀴 남은 시점에서 사로가 선두로 치고 올라가며 경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사로에 이어 최민정, 김길리가 2, 3위에서 마지막 기회를 엿봤다.
명장면은 이때 탄생했다. 사로가 아웃코스를 시도하는 최민정을 향해 힐끗 고개를 돌려 견제하는 순간 코스 안쪽이 비게 됐다. 이때 김길리가 빈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파고들어 선두를 탈환했다. 사로는 아웃코스의 최민정을 막으려다 인코스의 김길리를 놓친 꼴이었다. 김길리는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한국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최민정은 후배 김길리의 금메달에 숨은 조력자로 활약한 셈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울 순 있지만 완벽한 팀플레이로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경기 후 최민정은 올댓스포츠를 통해 "상향 평준화된 상황 속에서 다양한 레이스를 하며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대회였다. 많은 것을 배운 월드투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최민정과 김길리는 혼성계주 2000m에서도 동메달을 합작했다. 이날 결승에서 임종언, 황대헌과 함께 출전해 2분38초038로 네덜란드(2분37초430), 미국(2분37초947)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차 대회 은메달, 3차 대회 금메달에 이어 시즌 세 번째 혼성계주 메달을 따낸 한국은 올림픽 메달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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