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쇼트트랙 한국 여자 대표팀 김아랑(30)이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지난 20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양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제41회 회장배 전국남녀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김아랑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김아랑은 특유의 밝은 미소로 빙상장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곳까지 왔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분이 제가 힘들 때마다 손 내밀어 제 손을 잡아 주셨다"며 "쇼트트랙은 제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선물했다. 저도 여러분의 삶에서 작은 희망과 위로를 줬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은 '은퇴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아랑은 "제일 큰 이유는 부상이다"라고 답했다.
김아랑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후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렸다. 치료에 집중한 김아랑은 2023~2024시즌에 국가대표에 복귀했지만 다시 부상이 심해져 월드컵 시리즈를 불참했다. 지난해 1월 중국에서 열린 2024 사대륙선수권에서 3000m 계주 은메달을 따냈지만 이 메달이 그의 현역 마지막 메달이 됐다. 이후 김아랑은 국가대표와 연이 없었다. 내년 2월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했다.
김아랑은 선수로서 동기부여가 떨어진 사실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는 "언제부턴가 경기에 대한 아쉬움보단 무대에 다시 섰다는 고마움이 더 커지는 순간이 왔다. 그래서 (은퇴를) 조금씩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랜 부상 여파 속 국대 경기를 뛰는 것만으로 감사해야만 했던 그의 진솔함이 묻어난 대답이었다.
선수 생활 중 가장 기뻤을 때를 물었을 때도 "사실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딴 기쁨보다 부상에서 회복해 스케이트장에 다시 섰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은퇴 후 김아랑은 지도자가 아닌 다른 길로 한국 쇼트트랙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추후 계획을 묻자 "선수 생활을 하면서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수업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이런 환경을 바꿀 수 있게 공부도 많이 하고 싶다. 코치나 지도자보단 대회를 좀 재미있게 운영해보고 싶다. 여러 가지 꿈이 있는데 쉬면서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김아랑은 2014 소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여자 3000m 계주 은메달까지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내는 업적을 남겼다.
현역 시절 172cm 큰 키의 시원시원한 스케이팅과 '미소 천사'라는 별명답게 밝은 미소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맏언니로서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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