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의 기대주 요프 베네마르스(24)가 중국 선수의 무리한 주행에 가로막힌 끝에 생애 첫 올림픽 메달 획득 기회를 눈앞에서 날려버리고 말았다.
베네마르스는 12일(한국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11조로 출전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빙판에서 나란히 레이스를 펼친 상대는 중국의 롄쯔원이었다.
베네마르스 600m까지 40초99로 좋은 기록을 냈다. 문제의 순간은 코너를 돌아 마지막 직선 주로로 진입하던 중, 서로 레인을 교체하는 구간에서 발생했다. 인코스에서 아웃코스로 빠져나가던 롄쯔원이 우선권이 있는 아웃코스 주자 베네마스의 주행 라인을 침범하며 스케이트 날을 건드린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 명백한 비매너였다. 베네마르스는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으며 휘청였고, 자연스럽게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베네마르스는 방해를 받고도 1분 07초 58의 기록으로 당시 11조까지 레이스가 펼쳐진 상황에서 1위로 올라섰다. 만약 롄쯔원과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기록을 훨씬 더 앞당길 수 있었던 상황. 베네마르스는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뒤따라 들어오던 롄쯔원 쪽을 쳐다보며 격렬하게 분노를 표출했다.
롄쯔원은 뒤늦게 손을 내밀며 사과의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베네마르스는 이를 외면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판진은 롄쯔원이 무리한 레인 변경을 시도했다고 판단, 실격 처리했다.
결국 베네마르스는 전체 3위로 들어온 중국의 닌중옌(1분 07초 34)에게 밀리며 5위에 랭크, 끝내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다. '빙속 괴물' 조던 스톨츠(미국)가 1분 06초 28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상황. 그 뒤를 이어스톨츠와 함께 뛴 베네마르스의 같은 국가 동료 예닝 더 보(네덜란드)가 1분 06초 78로 2위였다.
이에 베네마르스는 재경기를 요청했다. 심판진은 15조까지 모든 선수들의 레이스가 끝난 가운데, 베네마르스에게 재경기 기회를 부여했다.
베네마르스는 홀로 빙판에 섰다. 스케이트날로 얼음을 그으며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이미 앞서 한 차례 전력의 레이스를 펼친 탓에 힘은 지칠 대로 다 빠진 상태였다. 외로운 질주였다. 총력을 다한 뒤 단 20분 만에 경쟁자도 없이 홀로 빙판 위에 서는 것은 가혹한 일이었다.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다시 질주한 베네마스는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며 1분 08초대에 그쳤다. 앞서 펼친 레이스 때보다 더 안 좋은 기록이 나온 것이다. 결국 충돌 전 기록인 1분 07초 58을 반영하면서 베네마르스는 최종 5위로 이 종목 질주를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동메달의 주인공은 또 다른 중국 선수 닝중옌(1분 07초 34)이었다. 베네마스의 재경기를 지켜본 뒤 동메달이 확정되자, 환호하는 중국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모습은 고개를 푹 숙인 베네마스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영국 매체 더 가디언 등에 따르면 경기 후베네마르스는 "내 주행 라인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중국 선수가 길을 막았다. 완전히 망했다. 올림픽 꿈이 산산조각나 가슴이 찢어진다"며 분노 섞인 격렬한 감정을 토로했다.
베네마르스는 이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롄쯔원의 방해가 없었을 경우) 내가 메달을 따냈을 거라 빋고 있다. (함께 레이스를 펼칠) 경쟁 상대도 없는 상황에서 재경기를 한 건 불공평했다. 그렇지만 메달을 따낼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 재경기뿐이었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베네마르스는 "며칠만 지나도 사람들은 이 순간을 잊을 것이다. 나는 메달이 없는 선수로 남게 될 것이다. 지금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다. 울고 싶은데, 눈물도 안 난다"면서 롄쯔원의 사과를 받지 않을 것에 관해서는 "그런 건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나는 동메달, 아니 은메달까지 딸 수도 있었다. 그런데 기회를 빼앗겼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네덜란드의 야크 오리 코치 역시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방해를 받다니 끔찍하다. 코치인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이었다. 베네마르스가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같은 국가 동료의 비매너 속 동메달을 가져간 중국의 닝중옌은 4년 전 안방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대회에서 5위에 그친 바 있다. 그는 "베네마르스의 재경기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긴장이 많이 됐다. 두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늘에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다. 이번에 받은 동메달은 지난 4년 간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감격에 젖은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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