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마머리? 촬영 후 곧바로 풀었어요!"
지난달 21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에서 파마머리 장규직 역을 연기했던 배우 오지호(37)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오지호는 극중 미스김(김혜수 분)과 앙숙관계이자, 계약직들의 공분을 사게 한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얄미움을 샀지만, 실감나는 연기로 '역시 로맨틱 코미디 배우'라는 호평을 얻었다.
오지호는 3개월간 '국민 파마머리씨'로 살았다. 이태원 모처에서 오지호가 풀어놓은 '직장의 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자.
◆ 직장의 신? 코믹의 신! 오지호
'직장의 신'은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정규직, 계약직 사원들의 애환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마지막 회 방송역시 확실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닌 미스김과 장규직이 다시 한국에서 만나는 열린 결말로 매듭지었다. 오지호 역시 결말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밝혔다. 3개월 동안 직장인으로 살아 본 소감은 어떨까.
"어느 날은 제가 촬영장인 경기도 파주에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아주머니들이 갑자기 '미스 김 그만 좀 괴롭혀'라며 제 등을 때렸어요. 캐릭터가 너무 얄미워서 때리신 것 같아요. 드라마가 그만큼 인기 있었다는 증거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니 기분은 좋았어요. 주위 회사원 분들은 고맙다는 말씀을 해줬어요. 현실에서 못하는 말을 작품이 시원하게 했으니까요."
극중 장규직은 회사를 위해 열정을 쏟아 붓는 인물이었지만, 계약직들에게 철저히 냉대했다. 그의 모습을 볼 때면 밉상이어도 너무 밉상이었다. 작품이 화제를 모은 결과, 방하남 노동부장관이 배우 및 제작진과 함께 식사를 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촬영일정으로 성사되진 못할 만큼 빠듯했다. 종영 후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을 법 하다.
"장규직 캐릭터가 못되게 구는 점이 있어서 악인이었을 수도 있어요. 배우들은 대중들이 싫어하는 캐릭터는 안 하려고 해요. 그렇지만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고 재밌어서 선택했어요. 4월 23일 박봉희(이미도 분) 에피소드에서는 고민도 좀 했어요. 임신한 동료에게 너무 한 것 아닌가 싶었는데 곧바로 포장마차 장면에서 장규직만의 애환이 나와 잘 풀렸어요."
오지호는 평소 대본에 충실한 배우로 알려졌지만 이번 작품에서 과감하게 연기 틀을 깼다. 그가 꼽은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지난 4월 2일 방송된 2회에서 미스 김이 췄던 라틴댄스를 따라한 '저질춤'으로 등장부분이다. 그의 혼신을 다한 저질춤 연기에 시청자들은 배꼽을 잡아야 했지만, 사실 이 장면에 대해 남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제가 원래 춤을 못 춰요. 그래도 강렬한 인상은 남겨야 할 것 같았어요. 집에 가서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급 연습도 했어요. 다음날 촬영 전 리허설에서 준비한 춤을 보여드렸더니 김혜수 누나가 현장에서 웃음이 터트렸어요. 갑자기 자신감이 붙어서 열정적으로 했더니 결국 바지 하단 부분이 찢어졌어요. 생각해보니 총 4번 찢어졌네요. "
◆ 러브라인, 김혜수 그리고 결혼
오지호가 '직장의 신' 출연한다는 소식에 드라마 팬들은 그의 코믹연기를 기대했다. 지난 2010년 방송된 MBC '환상의 커플'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오지호에게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대해 물으니 가치관이 확고했다. 멜로와 코믹이 복합적이어야 장르가 잘 살아 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멜로라인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멜로가 없으면 코믹은 살지 않아요. 우리 작품에서 7~8회 정도의 멜로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미스김의 경우 정반대의 인물이지만 이성이니까 끌렸다고 봐요.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매일 보니까 미운 정으로 시작해 사랑의 감정이 싹튼 경우에요. 현실에서도 종종 안 어울릴 것 같은 사람들이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되실 걸요? "
로맨틱 코미디 러브라인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스킨십. 지난 4월15일 방송분에서 미스김과 장규직의 키스장면도 등장했다. 보통 키스신이라면 달달함이 느껴지거나, 로맨틱해야 하는데 두 사람의 키스신은 참으로 코믹했다.
"파리가 등장하는 대사 부분에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제작진에게 파리 음향 소리를 넣어보자고 요청했어요. 어떻게 보면 만화가 될 수 있어 유치했겠지만 그게 드라마고 재밌으니까요."
그렇다면 오지호는 극중 아닌 현실에서도 미스 김 같은 완벽주의자와 연애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고민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오케이'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미스김 매력 있어요. 장규직의 시선에서는 몰라도, 오지호에게 미스김은 매력 그 자체에요. 전 개인적으로 저에게 대시하는 여성분들이 있으면 부담스러워서 뒤로 물러서는 타입이에요. 미스김은 반대의 경우니까 궁금증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와 같이 연기한 배우들은 모두들 그를 극찬했다. 그의 리더십과 현장 센스에 모두들 감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상대배우였던 오지호 역시 김혜수를 향해 존경의 메시지를 전했다. 결과적으로 김혜수의 카리스마와 오지호의 코믹함이 평행선처럼 이어졌기에 더욱 서로가 돋보였다.
"김혜수 선배는 진짜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늘 상대배우를 모니터 해주고 칭찬을 해줘요. 전 화제가 됐던 미스김 내복쇼를 위해 내복을 입는 모습을 보고, 그동안의 작품 중에서 가장 시원하고 재밌게 임하시구나 싶었어요. 내복쇼의 경우 여의도 세트장에서 촬영했었는데, 촬영 전에 선배에게 괜찮은지 물어볼 정도로 충격이었어요."
올해 배우 이병헌, 김재원 등 남자배우들이 결혼소식을 전했다. 오지호 역시 어느덧 나이에 접어들었다. 주위 동료 배우들은 하나 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들처럼 얼른 동반자를 만나야 할 때다. 오지호에게 결혼생각에 대해 살짝 물었다. 그랬더니 결혼보다 일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지난 2일 백지영 정석원 부부 결혼식에도 하객으로 참석했었어요. 양쪽이랑 친분이 두터워서 축의금을 다 했네요. 당시 결혼식에서 두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데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눈물이었어요. 신인 때는 사랑, 일, 가족이 우선순위였다면 27살이 지난 뒤에는 일, 가족, 사랑으로 바뀌었어요. 아직은 일이 좋아요. 이상형이요? 친구처럼 편한 여자가 좋아요."
오지호는 종영 후 일본 팬미팅, 장진 감독의 신작 영화 촬영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간다. 마지막으로 '직장의 신'을 아꼈던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 작품은 현장에서 너무 재밌었고 사람들도 너무 좋았어요. 전창근PD님도 현장에서 잘 이끌어줬어요. 오버했을 땐 조절도 해주고, 김혜수라는 배우와의 벽도 허물없이 편하게 대해줬어요. 개인적으로 시청률은 15%를 못 찍어서 아쉽네요. '직장의 신' 시즌2도 했으면 좋겠어요. 그때는 제가 계약직으로 나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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