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국내 유일무이 30주년 역사를 자랑했다.
19일 오후 MBC FM4U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배캠') 30주년 기자간담회가 유튜브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DJ 배철수, 음악평론가 임진모, 김경옥 작가, '배캠' 김빛나PD, 배순탁 작가, '더 디제이' 조성현PD가 참석했다.
'배캠'은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라디오의 대표 프로그램. 팝음악 전문 DJ 배철수가 30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었으며, 최장수 게스트 임진모, 최장수 작가 김경옥, 국내 라디오 최다 해외 아티스트 출연 280팀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배철수는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30년이 됐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시고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어서 쑥스럽다"고 인사했다. 이어 "내가 음악을 좋아해서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지냈는데 30년에 됐다고 큰 축하를 해주시니 감사하다"며 "그만두는 날까지 재미있게 진행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와 함께 배철수는 김경옥 작가, 임진모에게 감사의 꽃을 안겨 눈길을 끌었다.
또 배철수는 "내가 처음 DJ를 시작할 때 나는 청년이었고 록밴드를 할 때였다. 자신있게 생각하고 DJ를 했는데, 어느 순간 라디오 프로그램이란 게 청취자가 들어주지 않으면 존재 가치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때부터 청취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라 자각했다"며 청취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배캠'은 30주년 기념 첫 프로젝트로 지난 2월 17일~21일 영국 BBC 마이다 베일 스튜디오에서 'Live at the BBC' 특별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배철수는 "외국인과 함께 작업하면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고 좋았다. 그리고 참 고마웠다. BBC까지 가서 방송을 할만큼 이 프로그램이 인정 받은 게 너무 기뻤다. 30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한 게 자랑스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30년 동안 DJ를 하면서 음악관에도 변화가 있었을까. 배철수는 "처음엔 록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차 다른 음악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음악에 있어서 장르란 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요계도 지금 한창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는데, 록도 그렇고 12음계로 이뤄지는 건 같다고 생각하고 음악에 대한 편견이 없다. 대중의 판단이 현명하다고 깨달았다"고 밝혔다.
지난 30년 동안 '배캠'에는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브리트니 스피어스, 데프 레퍼드, 딥 퍼플, 시카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린킨 파크, 메탈리카, 리키마틴, 제임스 블런트, 두아리파, 미카 등 280팀이 출연, 국내 라디오 역사상 최다 해외 아티스트 출연 기록을 세웠다. 30주년 특별방송 '라이브 앳 더 BBC'에선 톰 워커, 리더 제임스 월시 등 영국 아티스트와 유해진, 윤도현 등의 '배캠' 절친들이 함께 하기도 했다.
배철수는 지난 세월을 함께 채운 게스트들을 향해 "나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나도 방송 생활을 했기 때문에 1980년대에 다른 방송에 나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는데, 어떤 분이 와도 소중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 분들이 하고 싶은대로 하게 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오시는 분이 영화감독이면 영화에 대한 이야기, 기타리스트면 기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노력했다"며 "그런 것들이 쌓이니까 게스트들이 '내 얘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출연하는 것 같다"며 "게스트들에게 많이 배웠다. 별볼일 없는 사람인데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임진모는 "1995년부터 게스트를 해서 3년 반을 했다가 2000년에 다시 왔는데, 항상 생각하는 게 참 오래했다는 것이다"며 "좋은 인품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내가 운이 좋아서 '배캠'에 오래 출연한 것 같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정도까지 한 게 기적이다. 30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배캠'의 30주년을 축하했다.
임진모는 30년 동안 게스트를 나올 수 있던 비결로 배철수에 대한 존경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성실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배철수가 대단하고 나는 실력이 떨어진다고 한 번도 비교해 본 적이 없다. 사실 송골매를 할 때부터 배철수를 알았는데 항상 '이 분은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호남사람 표현으로 '귄'이 있다는 게 맞겠다. 그 매력이 오래 같 것 같았고 지루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철수는 어떻게 보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능한 사람이다. 나대지 않는 사람"이라고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배캠'은 MBC의 승리다.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 시대인데 '배캠'은 가져가게 된 것"이라고 '배캠'의 방송사에서의 의미도 언급했다. 이에 배철수는 "완전 동의"라며 "'배캠'을 거쳐간 수많은 PD들에게도 감사하다. 30명 정도의 PD가 나를 많이 도와줬다"고 덧붙였다.
김경옥 작가는 "30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30년을 함께한 게 꿈만 같다"며 "내가 잘 한 것보다 좋은 자리에서 입지를 잘 잡아서 30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고 뜻깊은 소회를 밝혔다. 이에 임진모는 "김경옥 작가는 프로그램의 저변을 잘 잡아줬다. 그래서 배철수 DJ에게 통일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정신적, 인문적인 중심을 잡아줬다. 찬사를 보내고 싶다"고 작가를 극찬했다.
'배캠' 30주년을 맞아 3월 26일과 4월 2일, 2회에 걸쳐 30주년 다큐멘터리 '더 디제이'가 방송될 예정이기도 하다. 이를 연출한 조성현PD는 "배철수 선생님이 사실상 처음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이다. 30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보자는 생각으로 연출을 시작했다. 배철수 선생님이 처음엔 1년을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했다더라. 옆에서 본 바로는 '아무 것도 원치 않는 사람'이었다. 다큐멘터리 안에 내가 생각도 못한 감동 포인트가 있다. 배철수가 30년 동안 지켜온 원칙이 있다. 남들이 지키기 힘들었던 유혹을 견뎌온 게 30년을 지킬 수 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빛나PD는 "오늘 하루 힘들었는데 라디오 들으니 좋다는 반응으로 힘을 얻는다. 30주년이 됐는데 앞으로도 많이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배철수는 "'배캠'이 대단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하루의 힘든 일과를 끝내고 마음에 드는 음악 한 곡을 듣고 내가 던지는 실없는 농담에 한 번 피식 웃을 수 있다면 우리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앞으로 큰 욕심내지 않고 웃는 프로그램이 되겠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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