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고 조국에 역사상 첫 월드컵 승점을 안긴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치냐(40·차베스)가 경기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기쁨만 담긴 눈물은 아니었다. 역사적인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카보베르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기적 같은 결과였다. 스페인은 FIFA 랭킹 2위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을 비롯해 월드클래스 선수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스페인은 끝내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반면 카보베르데는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 그것도 첫 경기에서 역사적인 첫 승점을 따냈다.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치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1986년생 노장 골키퍼인 그는 스페인의 소나기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이날 스페인은 무려 27차례나 슈팅을 날렸고, 유효슈팅도 7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치냐가 지키는 골문을 열지 못했다. 보치냐는 7개의 선방을 포함해 걷어내기 1회, 공중볼 경합 승리 1회 등을 기록하며 '무적함대' 스페인을 좌절시켰다.
보치냐는 경기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MOM(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축구통계매체 풋몹도 보치냐에게 양 팀 최고 평점인 9.0을 줬다. 또 다른 통계매체 후스코어드닷컴 역시 가장 높은 평점 8.85를 부여했다.
경기가 끝난 뒤 보치냐는 카보베르데 국기를 흔들며 팬들과 감격을 나눴다. 방송 인터뷰 중에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눈물에는 기쁨뿐 아니라 아픔도 섞여 있었다. 스페인 매체 다리오아스는 보치냐의 눈물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했다.
보치냐는 "나는 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조부모님과 함께 자랐는데, 불행히도 그분들은 이곳에 올 수 없었다"며 "어머니도 비자 문제와 지불해야 했던 비용 문제 때문에 이곳에 계시지 못했다. 우리는 제때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보치냐의 조부모님은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통해 보치냐가 카보베르데의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스페인 매체 AS는 그를 "스페인을 무력화시킨 5만 유로(약 8700만원)짜리 골키퍼"라면서 "보치냐는 빈틈없는 활약으로 스페인의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 축제를 망쳤다. 스페인은 승점 3을 얻지 못했다"고 조명했다.
이어 "보치냐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조시마르 디아스 골키퍼는 월드컵 무대에서 장갑을 끼고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다. 보치냐는 MVP가 될 모든 자격을 스스로 얻어냈다"며 "애틀랜타 스타디움 골문 앞에서 날아오른 그의 모습은 월드컵 역사에 기억될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보치냐도 자신의 활약과 스페인전 무승부에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자랑스럽다. 내가 사랑하는 조국을 대표할 수 있어 영광이다. 우리의 월드컵 진출은 쉽지 않았다. 이번 스페인전을 통해 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월드컵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이런 순간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나는 40세이고, 25세가 될 때까지 프로에 데뷔하지 못한 선수였다. 이것은 내게 엄청난 선물"이라고 기뻐했다.


FIFA 랭킹 67위 카보베르데는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카보베르데는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 위치한 군도 국가다. 15개의 섬으로 이뤄졌고, 국토 면적은 4033㎢로 한국의 약 25분의 1 수준이다. 인구도 약 52만 1000명에 불과하다. FIFA에 가입한 것도 1986년으로, 축구 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국가다.
하지만 카보베르데는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강호 카메룬을 제치고 D조 1위를 차지해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두며 역사적인 첫 승점까지 따냈다.
영국 매체 더 가디언도 카보베르데의 기적을 조명했다. 매체는 "카보베르데의 월드컵 본선 첫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그들은 정말 해내고야 말았다. 카보베르데가 해낸 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작은 나라, 월드컵 데뷔국이 우승후보이자 유럽 챔피언인 스페인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어 "부비스타 카보베르데 감독은 전 세계가 카보베르데가 누구이고, 어떤 팀인지를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말로 전 세계가 이를 지켜봤다. 부비스타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 축구 그 이상이라고 했다. 음악이자 문화이고, 모든 것이라고 했다"며 "이 경기는 경이로웠다. 불가능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가디언은 또 "이번 결과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순수한 기쁨의 무승부였고, 엄청난 장면들이 연출됐다. 오랫동안 기억될 순간들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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