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멜라니 졸리 산업부 장관이 던진 강경한 제안에 중국 자동차 거두들이 화답했다. 비야디(BYD), 지리(Geely), 체리(Chery) 등 중국을 대표하는 전기차(EV) 제조사들이 캐나다 자본이 과반수 지분을 갖는 합작 법인(JV) 형태로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정부 측 조건을 전격 수용하면서, 북미 시장 진입을 위한 거대한 교두보가 마련됐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최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BYD, 지리, 체리, 그리고 R&D 기업인 상하이 런치 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의 경영진과 회동한 결과, 이들 기업 모두가 캐나다 내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협상의 타결은 올해 초 캐나다 정부가 중국산 EV에 대한 기존 100% 징벌적 관세를 6.1%로 대폭 낮추는 대신, 연간 수입 물량을 4만 9천대로 제한한 '쿼터제'를 도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중국 업체들은 이 4만 9천대의 제한을 넘어 캐나다 시장 점유율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 캐나다 정부가 내건 까다로운 4대 조건(▲캐나다 자본 과반 지분의 합작사 설립 ▲현지 부품 공급망 필수 활용 ▲캐나다 노동법 준수 ▲차량 내 운전자 데이터 보안 보증)을 받아들이기로 결단했다. 현지 공장을 짓는 업체는 이 수입 한도 제한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이로써 캐나다는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던 자국 완성차 제조업(전년 대비 생산량 15% 급감)을 부활시키고 약 50만 명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우군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에 대해 기존 캐나다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던 일본계 완성차 브랜드들의 거부 반응은 극에 달하고 있다. 캐나다 자동차 생산의 75% 이상을 담당하는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계 경영진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미쓰비시 자동차 캐나다 법인의 가와지 겐이치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산 EV는 기술과 가격 모든 면에서 뛰어나 솔직히 맞서 싸우기 매우 힘들다"라며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고, 혼다 캐나다 법인의 데이브 제이미슨 사장 역시 "정부 보조금을 받는 저가 중국 EV를 끌어들이는 것은 동맹국 기업의 경쟁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여기에 캐나다 자동차제조업협회(CVMA) 등 전문가 집단은 또 다른 위험을 지적했다. 캐나다를 우회 기지 삼아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중국차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캐나다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미국과의 북미무역협정(USMCA) 갱신 시점에 엄청난 보복 관세나 무역 마찰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중국 EV 공룡들의 캐나다 합작 공장 설립 동의로 북미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대전환점을 맞이했다. 정부의 공언대로 자국 제조업의 신의 한 수가 될지, 미국 및 기존 일본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파탄 내는 자충수가 될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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