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9회. 개인 기록이라면 공동 6위에 해당하는 수치지만 현실은 SSG 랜더스 선발진 전체가 합작한 숫자다.
SSG는 올 시즌 77경기를 치른 현재 30승 45패 2무로 9위에 처져 있다. 4연패에 빠지며 8위 롯데 자이언츠와 격차도 4.5경기까지 벌어졌다. 키움 히어로즈와 함께 '2약'으로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처참한 상황이다.
지난해 3위에 올랐던 팀이 어떻게 이토록 몰락할 수 있을까.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건 선발진의 수준이다.
지난해 드류 앤더슨(디트로이트), 미치 화이트(방출)를 필두로 김광현에 김건우까지 발견하며 안정적인 선발진을 자랑했다. 평균자책점(ERA) 3.86으로 이 부문 3위였다. 퀄리티스타트(QS)는 45회로 9위였지만 앤더슨과 화이트, 김광현 등의 등판 땐 5,6이닝은 기본적으로 책임지며 불펜 투수들이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조병현과 노경은, 이로운, 김민으로 이뤄지는 철벽 불펜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해 SSG의 불펜 ERA는 3.36으로 압도적 1위였다.

올 시즌엔 완전히 달라졌다. 김광현과 신인 김민준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개막을 맞았다. 1선발 미치 화이트가 6경기만 던지고 부상으로 이탈했고 앤서니 베니지아노는 여전히 극심한 기복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쿼터 타케다 쇼타도 ERA가 7.41에 달한다.
4월까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던 김건우도 5월 이후엔 힘을 잃었다. 최민준 또한 4월 5경기에선 ERA 1.54로 호투를 펼쳤지만 5월 이후 하락세를 타고 있다.
선발진의 승리는 13승으로 선두 LG 트윈스(27승)의 절반 이하다. 더 큰 문제는 이닝소화력이다. 이를 테면 롯데 자이언츠는 선발 ERA가 4.22로 5위지만 소화 이닝은 전체 1위(422이닝)로 불펜의 부담은 덜어주고 있다. 그러나 SSG는 선발 ERA도, 다승은 물론이고 소화 이닝(354이닝)까지도 모두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팀 QS가 단 9회로 아리엘 후라도(삼성·12회)를 비롯해 앤더스 톨허스트(LG·11회), 제임스 네일과 애덤 올러(이상 KIA), 라울 알칸타라(두산·이상 10회) 개인들보다도 적은 수치다. SSG에서 가장 많은 QS를 기록한 건 김건우의 3회. 이 부문 공동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불펜의 부담이 가중되니 지난해 철벽 필승조도 무너졌다. 4월까지는 잘 버텼으나 5월 이후 일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불펜 ERA도 5.40으로 9위까지 추락했다.

앞서 이숭용 감독도 "선발진이 5이닝을 맡아야 한다. 책임감을 가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으나 쉽사리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선발진에 변화가 생겼다. 1라운드 신인 김민준이 이달 들어 드디어 로테이션에 합류했고 토마스 해치가 화이트의 대체 선수로 SSG 유니폼을 입었다.
김민준은 지난 9일 LG전 KBO 데뷔전에서 3⅔이닝, 16일 롯데전에서 4⅓이닝을 소화하더니 24일 KT전에선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해치 또한 14일 삼성과 데뷔전에서 4⅓이닝, 20일 NC전에서 5⅔이닝, 26일 한화전에선 6이닝을 소화했다. 6회에 투런포를 맞고 실점이 4로 늘었으나 SSG로선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한 투구였다.
해치와 김민준을 중심으로 선발진에 힘을 실어준다면 부담이 줄어든 불펜진에도 더 힘이 붙을 수 있다. 선발 로테이션이 여유롭게 흘러간다면 김건우와 최민준 또한 짐을 내려놓고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확히 승률 0.400에 걸쳐 있는 SSG가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선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7월을 보내야 한다. 5위 그룹과 승차는 8.5경기. 결코 추격이 쉬운 격차는 아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를 위해선 선발진의 반등에 전제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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