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25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마운드를 지켜온 '최고령 현역 투수' 고효준(43·울산 웨일즈)이 은퇴 경기마저 무실점 세이브로 장식하며 화려하게 마침표를 찍었다.
고효준은 28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퓨처스리그 홈 경기에서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유제모와 조민영을 삼진 처리한 뒤 '사직 무라카미' 김동현에게 중전 안타를 맞긴 했지만, 후속 김민성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매조졌다.
고효준에게 의미 있는 경기였다. 프로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 거둔 극적인 세이브였다. 팬들은 43세 베테랑이 마지막으로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 기립박수를 보내며 그의 25년 야구 인생에 경의를 표했다.
지난 2002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고효준은 SK, KIA, 롯데, LG, SSG, 두산을 거쳐 2026시즌 신생팀 울산 웨일즈에 합류하기까지, 7개 구단을 거치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 1군 무대에 끝내 오르지는 못했으나, 퓨처스리그에서 최고령 승리, 세이브, 홀드 기록을 연일 경신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투혼을 몸소 증명해왔다.
갑작스러운 은퇴 발표로 보이지만, 고효준은 오랜 고민 끝에 정한 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전격적인 은퇴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구단에는 이미 의사를 전달해 놓은 상태였다"라며 "선수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다 보여드렸다고 생각했고, 이제는 후회 없이 내려놓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25년의 긴 세월을 돌아본 고효준은 SK 와이번스 시절의 첫 우승과 KIA 타이거즈에서의 우승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무엇보다 야구장에서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보냈던 평범한 하루하루가 가장 소중한 추억이었다. 돌아보니 나는 정말 야구를 사랑했던 사람"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중에서도 고효준이 가장 깊게 고개를 숙인 대상은 '야신' 김성근(84) 감독이었다. 고효준은 "제 야구 인생을 완전히 바꿔주신 분"이라며 "야구인으로서도 정말 존경하는 분이었고, 선수 생활을 통틀어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고효준은 "은퇴 이야기를 했더니 일곱살 딸이 많이 서운해했다"라며 "항상 응원하는 팀도 정해져 있었고 '아빠가 뛰는 팀이 모두 내 팀'이라고 해 왔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에게도 참 특별한 시간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장원진(57) 울산 웨일즈 감독 역시 고효준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장 감독은 "고효준은 팀에서 정말 큰 역할을 해준 베테랑이었다"라며 "시즌을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 팀을 약체로 평가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이끌며 팀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선수 본인이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인 만큼 존중했다"면서 "25년 동안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선수였고, 앞으로도 지도자와 야구인으로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격려했다.
고효준은 은퇴 후 인천에서 전 SSG 랜더스 좌완 투수 출신 김태훈(36) 코치와 함께 야구 아카데미 지도자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 활동을 포함해 야구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포부다.
마지막 순간까지 '현역'다운 면모를 보여준 고효준은 "좋은 순간도,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팬 여러분 덕분에 끝까지 행복한 선수였다"며 "앞으로도 야구인 고효준으로서 한국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