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에 곽빈(27)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2년 차 우완 최민석(20)이 6월 한 달만큼은 리그 어느 에이스도 부럽지 않은 투구를 펼쳤다.
최민석은 중대초-양천중-서울고 졸업 후 2025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우완 투수다. 1년 차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돌며 가능성을 보여줬던 그는 2년 차에는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도약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6월의 최민석은 '차세대 에이스'가 아니라 이미 리그 에이스였다. 최민석은 6월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 32이닝 8사사구(6볼넷 2몸에 맞는 공) 28탈삼진, 피안타율 0.183을 기록했다. 6월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유일하게 평균자책점 0점대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소화 이닝은 33이닝의 라울 알칸타라(키움 히어로즈)에 이어 2위, 승리 횟수도 고영표(KT 위즈)와 공동 1위였다.
6월 한 달만 놓고 보면 류현진(한화 이글스), 애덤 올러(KIA 타이거즈)와 나란히 놓아도 손색없는 20세였다. 6월의 류현진은 5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50, 올러는 5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1.74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최민석은 6월 5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하며 안정감 면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민석은 6월 30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나 그 비결로 "볼넷을 안 주겠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볼넷이 더 많아졌다. 그냥 볼넷을 줘도 된다는 마음으로 계속 던졌더니 오히려 볼넷이 안 나왔다"라고 밝혔다.

5월에는 평균자책점 5.04로 흔들린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최민석은 오래 무너지지 않았다. 쉬는 동안 맞은 이유를 스스로 되짚었고, 볼넷을 의식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그 결과 6월에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최민석은 정규시즌 15경기 8승 2패 평균자책점 2.39, 86⅔이닝 80탈삼진으로 투수 지표에도 리그 최상위권에 올랐다. 다승 부문 공동 2위, 평균자책점 2위, 이닝 7위, 탈삼진 7위로 그보다 확실하게 우위를 점했다고 볼 수 있는 건 다승 1위, 평균자책점 1위의 올러뿐이다.
이에 최민석은 "야수 형들이 정말 고맙다. 내가 나올 때마다 (득점을) 너무 잘 챙겨주시고 수비도 잘해주신다. 나는 그걸 믿고 내가 할 것만 하니까 좋은 기록도 따라오는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최민석이 대단한 건 두산이 드래프트 당시 뽑았을 때와 완전히 다른 장점을 지녔다는 점이다. 최민석은 2년 전 신인드래프트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지명 예상 선수에 들지 못해 드래프트장도 초청받지 못했다. 큰 체격에 최고 시속 140㎞ 후반의 빠른 공은 매력적이었지만, 서울고 시절 고작 14경기 출전에 그쳤기 때문.
두산은 성장 가능성과 직구 구위에 베팅했는데, 최민석은 그 이상을 보여줬다. 2년 전 최민석과 지금의 최민석은 다른 투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울고 시절 최민석은 직구,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다. 하지만 두산 입단 후 직구를 완전히 버리고, 투심 패스트볼로 갈아탔다. 그와 동시에 슬라이더를 스위퍼로 교체하고 스플리터를 던지기 시작했다.

2년 차인 올해는 커터라는 신무기를 장착했다.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해 최민석은 투심 패스트볼 48.8%, 커터 25.5%, 스위퍼 14.7%, 스플리터 10.7%로 아예 피치 디자인을 재편하면서 새로운 투수로 거듭났다. 피안타율이 투심 패스트볼 0.199, 커터 0.205, 스위퍼 0.231에 불과할 정도로 선발 투수로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에 최민석은 "그냥 캐치볼이나 걸어갈 때 장난식으로 (다양한 구종을) 던져봤는데 손에 잘 맞았다. 괜찮아서 계속 연습하다 보니 손에 잘 익었던 것 같다"라면서 "올해 커터가 추가되고 몸쪽에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니까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야구 자체를 즐기는 성격도 끊임없는 발전과 성장에 한몫했다. 마운드 위에서도 최민석은 아직 20세에 불과한 데도 타자와 승부를 즐긴다. 그는 "기록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한 경기, 한 타자를 어떻게 상대할까만 생각한다"라며 "나는 잘되든 안 되든 야구하는 것 자체가 정말 재미있다. 결과가 좋으니까 더 재미있다"고 웃었다.
이어 "슬럼프가 왔을 때도 감독님이 휴식을 주신 동안 내가 왜 맞았는지 혼자 생각한다. (곽)빈이 형, (최)승용이 형이랑 벤치에서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양)의지 선배, (김)기연이 형, (윤)준호 형 등 포수 선배들도 리드를 잘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대 이상의 활약에도 최민석은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최민석은 "내가 잘 안 먹어서 그런지 남들만큼 살이 찌지 않는다. 피지컬 쪽이나 구속에 욕심이 있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승리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승리는 운이 많이 따라야 한다. 그보단 퀄리티스타트를 많이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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