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이라 긴장해서인지 아까 자전거 신에서 넘어질 뻔했어요. 무대에 서기 전 마음이 안 잡혀 가만히 기도했지요. 후배들이 선배가 이렇게 떨 줄 몰랐다고 하더군요.”
1일 밤 연극 ‘갈매기’ 첫 공연을 마친 후 무대 뒤에서 마주한 김호정은 특유의 차분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이같이 소회를 털어놨다.
올해 안톤 체홉 서거 100주년을 기리기 위해 그의 4대 장막이 시즌별로 공연되는데 지난 봄 ‘벚꽃동산’, 여름 ‘바냐 아저씨’에 이어 '갈매기'가 31일까지 정동극장에서 상연된다.
그녀는 이 연극에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기획자, 제작자 입장에서 발로 뛰며 전방위적으로 참여했다. 노개런티로 출연했지만 이번에 관객이 많이 들면 수익을 나눠 준다고 했다며 흥행이 예감돼 기쁘다고 했다.
“연극 연출자인 전훈 선배가 체홉의 연극을 꼭 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하더군요. 문득 연극을 향한 열정과 진실이 저에게 다가왔죠. 저에게 처음부터 ‘갈매기’의 니나 역을 제의했지만, 제가 ‘벚꽃동산’부터 나오겠다고 자원하고 나섰죠.”
‘벚꽃동산’의 바랴 역이 냉정하고 이지적인 김호정의 이전 이미지를 그대로 살렸다면, ‘갈매기’ 니나는 열정적인 순정파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배역. 19세기 말 모스크바 근교가 배경인 이 연극에서 그녀는 유명 작가인 뜨리고린(조민기)에게 반해 그와 모스크바로 도주한다. 하지만 사랑에 실패하고 고향에 돌아오게 되고 자신을 변함없이 연모하는 꼬스챠(김인권)를 끝내 거부하고 또다시 떠난다.
95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신인연기상을 타며 얼굴을 알린 김호정은 2001년에는 동부문 최우수여자연기상과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청동표범상을 동시에 거머쥔 실력파 배우. 영화 ‘플란다스의 개’ ‘침향’ ‘꽃피는 봄이 오면’ 등에 출연했다.
'꽃 피는…’의 상대역 최민식은 대학 후배인 그녀에게 "고생 하나 안 하고 제일 먼저 시집가 버릴 줄 알았는데 연극을 아직까지 하다니 의외"라고 하기도 했단다.
“겨울에 올릴 체홉 작품 ‘세 자매’에 마샤 역으로 출연하고 싶은데 지원자가 줄을 서 잘릴 것 같아요.(웃음) 마샤는 건조한 성격으로 내면의 깊숙한 아픔을 잘 드러내지 않은 역이라 맡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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